[IT 정책 돋보기] 5G급 와이파이…통신사에 득될까, 독될까

입력 2020-10-21 14:00 수정 2020-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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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6㎓ 대역 공급 의결
이통사들 “5G 보완재” 환영
중계기 설치비용 절감 기대
5G서비스 시장 확대 효과도

내년부터 5세대(5G)급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5배 빠른 차세대 와이파이’가 5G 이동통신의 대체재가 될지 보완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6㎓ 대역(5925∼7125㎒, 1.2㎓ 폭)을 광대역 비면허 통신용 주파수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비면허 대역 주파수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한테 배분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풀어 놓는 ‘공유지’ 개념이다. 정부의 와이파이 주파수 공급은 16년 만의 일이다. 동시에 6㎓ 대역을 이용한 와이파이 공급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번째다.

6㎓ 대역을 이용한 와이파이는 현재보다 5배 빠른 ‘차세대 와이파이’로 불린다. 6㎓ 대역은 기존 와이파이보다 더 넓은 채널 폭, 채널 수로 5G 이동통신 수준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5G 와이파이는 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위협 요인일 것이다. 와이파이가 활성화하면 기존 무선통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업계는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5G급 와이파이가 5G 이동통신의 보완재로 작용해 통신사에도 실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와 와이파이 장비 제조사로 구성된 단체인 ‘WBA’의 입장이다. AT&T, 구글, 시스코, 컴캐스트 등에 더해 KT와 SK텔레콤도 이사회 멤버로 속해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WBA에서 올해 입장문을 발표해 6㎓ 대역의 와이파이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했다”며 “SK텔레콤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WBA에 속하지 않은 LG유플러스도 “글로벌 산업에서 표준이 정해지면 따라가게 돼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근거는 이동통신사도 5G급 와이파이가 생김으로써 공공 와이파이 중계기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남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5G급 와이파이를 쓸 수 있으면 사용자들의 트래픽이 분산돼 통신사들이 공공 와이파이 중계기를 덜 설치해도 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스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G급 와이파이가 깔리면 통신사가 중계기 설치 비용을 15%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5G급 와이파이가 5G 서비스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현재 5G 서비스는 5G 단말기로만 쓸 수 있다. 와이파이로도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들이 늘고, 이와 관련한 서비스 산업이 확 크는 기회가 된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은 와이파이가 가능한 아이폰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5G급 와이파이는 AR, VR, 8K 실시간 비디오 등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면허와 비면허 주파수가 균형 있게 있어야 서비스 시장 전체가 커진다”고 부연했다.

이는 LTE까지만 가능했던 서비스 중심에서 5G 서비스 중심으로 시장이 이동한다는 뜻이다.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글라스가 대표적인 예다. AR 기반인 애플글라스는 기존에 배터리 소모가 심한 AR, VR 기기의 약점을 보완해 출시 예정인데 동영상 처리를 클라우드 단에서 하고, 영상의 결과만 글래스에 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5G급 통신 속도가 휴대폰에서 글래스까지 받쳐줘야 한다. 지금처럼 와이파이 속도가 5G보다 느릴 경우 상용화가 쉽지 않다. 만약 5G급 와이파이가 상용화하면 모세혈관처럼 휴대폰 주변기기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진짜 5G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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