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얼마나 참아야 하나

입력 2020-10-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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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과 유통업은 크게 생산시설의 유무로 분류된다. 제조업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유통업은 별도의 공장은 두지 않고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유통만 담당한다. 이들에게는 공장 대신 창고가 무기다.

그러나 때론 창고가 없어도 유통사업이 가능하다. 그만큼 유통의 개념이 폭넓어졌기 때문이다. 소위 플랫폼 사업자는 모두 유통업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코로나19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국내 최대 포털로 온라인 쇼핑 시장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한 네이버쇼핑을 유통업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제조업체의 ‘갑’이 백화점, 대형마트였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사업자로 바뀐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MD(상품기획 및 매입 담당)의 권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의 갑질은 술자리 안주거리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누군가는 ‘을’들의 뒷담화를 비겁하다 비난할지 모르지만 거대한 권력 앞에서 부당함을 주장하다 되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전 쯤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몇몇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을 때다. 서로 경쟁하듯 ‘갑’에게 당했던 황당한 갑질을 털어놓는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유통업체 MD로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며 자신들이 제조한 생활용품 시그니처 컬러와 다른 붉은색으로 한정판 패키지를 제작하라는 명령 아닌 명령에 당황한 일을 이야기했다. 식품업체에 종사하는 B씨는 인기 상품의 공급단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아들이지 않자 매대에서 신제품이 모조리 사라졌던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다. 의류업체 C씨는 매출이 부진하자 할인행사에 강제로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할인 행사에도 불구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결국 알짜 자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고 했다.

네이버쇼핑은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를 무기 삼아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제품을 쇼핑 검색 상단에 노출시켜 입점업체들이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는 것이 골자다.

배달 플랫폼들은 또 어떤가. 배달수수료를 인하했다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소상공인들은 유료 광고에 가입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과 과거 MD의 갑질이 묘하게 교차한다.

최근 소비자권익포럼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소비자설문을 통해 네이버페이의 검색 노출 행위에 10명 중 8명의 소비자들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 역시 쿠팡이츠를 의식해 배달 속도전에 가세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배달이 경쟁력인 시대지만 쿠팡이츠는 한 명의 라이더에게 하나의 배달 물량만을 소화하도록 해 배달 시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점유율이 높은 배민이 쿠팡이츠와 같은 방식으로 배달할 경우 확보해야할 라이더 수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라이더들의 속도전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게 외식업계의 관측이다.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약자 MD는 ‘뭐든지(M) 다한다(D)’라는 제조업계의 우스개가 있다. 이제 이 우스개의 주인공이 플랫폼으로 바뀌었다면 억측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검토한다고 한다. 공정위가 연주하는 '을'을 위한 행진곡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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