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가동 중단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결정 자체에 관해 판단은 하지 않았다. 사업자의 일부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지만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자체가 부당하다고 단정 짓지는 않은 것. 이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궤도 수정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감사 결과가 친원전 측과 탈원전 측이 입맛대로 해석 가능해 앞으로 원전 폐쇄 때마다 갈등과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와 상관없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심의, 의결했다.
당시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하기로 하고, 신규 원전 6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계획은 백지화했다. 또 노후 원전 14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원전 밀집 국가여서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가동 중단된 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 총 24기(24GW)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4기다. 신한울 1, 2호기는 공사 마무리 단계로, 인허가를 앞뒀다. 공론화를 거쳐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 6호기는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설계 수명이 2023년, 2024년, 2025년에 각각 끝나는 고리 2·3·4호기를 비롯해 한빛 1·2호기(2025년, 2026년) 등 노후 원전 14기는 설계 수명이 끝나는 대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38년까지 국내에는 14기의 원전만 남게 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성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탈원전 측은 경제성 평가 여부를 떠나서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폐쇄가 맞다고 해석을 내린다.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은 "감사원이 경제성 부분만 봤다고 하지만 결국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감사원의 이번 결정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별로 영향을 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도 "감사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을 유지하는 기조라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친원전 측의 해석은 이와 전혀 다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결과를 원천 무효화시키는 상당히 의미 있는 감사 결과"라며 "결국 적법한 절차가 아닌 편법, 꼼수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성 1호기 폐쇄 여부에 관한 결정을 다시 해야 하고, 지금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결과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앞으로 원전이 설계수명이 다할 때마다 계속 운전이 가능한지 경제성 등을 재평가하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