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442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입법부의 법안 발의 경쟁은 시작부터 치열했다. 특히 ‘노인’ 표심을 위한 법안은 유독 주목도만 강조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지역구를 챙기는 법안을 남발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인행복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안을 발의했다. 노인행복부를 통해 정책 전문성을 확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산하에 노인복지청을 신설, 노인복지정책의 기획·종합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 배경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노인을 위한 것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 조직이 커지면 인건비, 임차료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기관 이기주의, 칸막이 행정 등 비효율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지역구가 농어촌인 여야 의원들은 노인층을 겨냥한 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인 기초연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월 최소 10만 원 이상 연간 최소 120만 원 이상’으로 정하고, 현금 또는 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농업인 기초연금’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회 검토보고서는 유사 목적의 공익직불제가 올해 추진되고, 만 65세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과 중복지원 우려가 있음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2022년 3월 시행될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노년층을 의식해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나 금액을 크게 늘리는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 확산하면서 기초연금 지출액은 급격히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때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뀐 뒤 월 지급액이 10만 원에서 20만 원, 25만 원, 30만 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수는 769만 명이다. 이 가운데 70%가 기초연금을 받는다. 수급 대상자는 540만 명 정도다.
최저 빈곤층에 해당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40만 명은 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 생계급여는 정부가 정한 기준선과 가구 소득을 비교해 부족액을 보충해주는 현금복지이기에 새로 기초연금을 받거나 인상되면 그만큼 삭감돼야 한다는 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노후보장과 관련한 국민연금 법안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하는데 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선심성 법안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금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으로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