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구글 제소] 美정부-구글 소송전...20년 전 MS 사태 데자뷰

입력 2020-10-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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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시장 지배력 이용 경쟁 저해’ 구글 대상 반독점 소송 제기
MS 이후 약 20년 만에 거대 IT 기업 놓고 대형 소송전 일어나
“MS 반독점 소송은 구글의 부상으로 이어져”

▲출처 블룸버그
▲출처 블룸버그
실리콘밸리 공룡과 미국 정부 간 ‘2차 대전’이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약 20년 만에 거대 IT 기업으로 부상한 구글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미국과 전 세계 IT 산업 지형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구글이 인터넷 검색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이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계약을 맺는 등 경쟁을 저해한 혐의가 있다고 워싱턴D.C.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등 미국 11개 주 법무장관도 소송에 합류했다.

미국 법무부가 거대 IT 기업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것은 1998년 MS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반독점 소송은 여러모로 당시 MS-미국 정부 간 법정 싸움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S,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로 넷스케이프 고사시켜

1998년 소송 당시, 미국 정부는 MS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 소프트웨어의 잠재적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PC 운영체제(OS)에서 ‘윈도’의 압도적 지배력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MS는 실제로 윈도에 자사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파는 방식으로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넷스케이프를 고사시켰다.

1990년대 브라우저 시장에서 선발주자였던 넷스케이프가 초창기 우위를 점했지만, 윈도에 무료로 포함된 익스플로러와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익스플로러는 가볍고 빠르며 실시간데이터전송(ajax)과 자바애플릿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브라우저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MS 반독점 소송, IT 산업 전반에 장기적으로 지대한 영향

MS는 미국 정부와의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2002년 반독점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당시 MS와 미국 정부의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MS가 독점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사업 분할 명령까지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으면서 쪼개지는 운명을 피했다”며 “또 합의안에 ‘익스플로러 끼워팔기가 불법’이라거나 ‘MS가 브라우저를 윈도에서 떼어 내 따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MS가 실질적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S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소송은 IT 산업 전반에 장기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영향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당국의 반독점 소송 포화를 맞게 된 구글이다. 구글은 바로 미국 정부가 MS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던 1998년 차고에서 설립됐다. 뉴욕타임스(NYT)는 “MS를 둘러싼 소송과 당국의 수년간에 걸친 조사가 없었다면 MS가 구글의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S가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브라우저 시장에서 그랬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구글을 쫓아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당국과 합의에도 ‘브라우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넷스케이프 개발자들이 모인 모질라 재단이 2004년 ‘파이어폭스’ 보급에 나서고 구글은 2008년 ‘크롬’을 데뷔시키면서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MS는 반독점 소송으로 힘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브라우저 전쟁에서 완패했다. 크롬은 현재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약 6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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