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품사 39%만 미래차 부품 생산…"자금 지원ㆍ인력 재교육 필요"

입력 2020-10-21 13:20 수정 2020-10-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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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부품 생산 업체 17%만 수익 얻어…"특별 대출ㆍ미래차 투자 펀드 조성 검토해야"

▲자동차 부품업계가 미래차 시대로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사의 39%만이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ㆍ개발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사진제공=KAMA)
▲자동차 부품업계가 미래차 시대로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사의 39%만이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ㆍ개발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사진제공=KAMA)

자동차 부품업계가 미래차 시대로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사의 39%만이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ㆍ개발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자동차 부품산업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건의’를 주제로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차산업연합회는 국내 186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미래차 전환 대응실태를 조사했다.

부품 성격에 따라 유지 또는 소멸…전기차 전환 시 내연기관 부품 37% 사라져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발표에서 “전기차 전환 시 부품의 성격에 따라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중소 부품업체는 전속적인 납품구조, 취약한 원가구조 등 부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김 실장은 기존 기계 부품의 앞날이 성격에 따라 △유지 △융합 △소멸로 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품이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계속 사용되거나, 정보통신 기술 및 신소재와 융합하면 해당 부품의 생태계는 지속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내연기관용 엔진과 연료계통, 구동전달부품 등의 수요는 심하게 감소하고 신기술 부품으로 대체될 예정이라 장기적으로 소멸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전동화를 먼저 추진한 일본의 자동차부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은 약 3만 개에 달했지만, 전기차에는 1만8900개의 부품만 필요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부품의 37%가 사라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185개 부품사 중 39%만 미래차 부품 생산ㆍ개발…그마저도 수익 못 내

▲부품업계 중 미래차 시대에 대비 중인 기업은 절반도 안 됐다.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그쳤다.  (사진제공=KAMA)
▲부품업계 중 미래차 시대에 대비 중인 기업은 절반도 안 됐다.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그쳤다. (사진제공=KAMA)

실제로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사에 납품하는 185개 부품기업을 조사한 결과, 동력계 부품업체 중 68.2%가 매출 축소를 우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부품업계는 다수가 매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답했다.

부품업계 중 미래차 시대에 대비 중인 기업은 절반도 안 됐다.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그쳤다. 조사 범위를 연 매출 5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좁히면 이 비율은 16.1%로 낮아졌다. 매출이 낮은 기업일수록 미래차로의 체질 전환이 더딘 모습을 보였다.

정작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 중 수익을 내는 기업은 17.8%에 불과했다. 21.8%는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진 않은 상태였다. 힘들게 미래차 부품을 생산해도 당장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어려움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미래차 부품 양산에 약 13억 원 필요…자금 부족 문제 심각

▲미래차 부품을 양산하기까지는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 소요되고, 부품 1개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ㆍ개발비용은 총 13억1500만 원에 달했다.  (사진제공=KAMA)
▲미래차 부품을 양산하기까지는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 소요되고, 부품 1개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ㆍ개발비용은 총 13억1500만 원에 달했다. (사진제공=KAMA)

미래차 부품을 양산하기까지는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 소요되고, 부품 1개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ㆍ개발비용은 총 13억1500만 원(개발비 5억2900만 원, 설비비 11억6100만 원)에 달했다.

업계의 35.6%는 미래차 연구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연구 인력 부족과 원천기술 부족 등을 선택한 곳도 각각 20%에 달했다.

기업 대부분이 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69.4%는 정부가 지원하는 미래차 전환 사업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고, 지급 규모가 적은 점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49.3%가 ‘자금지원’을 택했다. 효과적인 자금지원 방식은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확대(67.1%) △신용대출ㆍ보증확대(16.8%) △미래차 전용 투자펀드 조성(10.7%)으로 조사됐다.

미래차 전환을 위해 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조달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도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기업 45.9%는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지만, 조달방안이 미확정 상태”라고 답했다.

미래차 대응계획이 없는 기업의 77.1%는 “진출품목 등 대응방법을 모른다”라고 답해 정보제공과 컨설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49.3%가 ‘자금지원’을 택했다.  (사진제공=KAMA)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49.3%가 ‘자금지원’을 택했다. (사진제공=KAMA)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부품업체들이 미래차 부품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존 내연기관 부품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규제 위주의 친환경차 보급정책은 인센티브 제공책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와 협력업체가 미래차 전환에 협력하면 세제 지원을 주는 식의 유인책도 필요하다"라며 "기업은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전환배치에 힘쓰고, 정부는 인공지능(AI)ㆍ수소ㆍ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미래차 전환 우수 기업 선정ㆍ재교육 신경 써달라"

▲왼쪽부터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안전환경본부장, 이백행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장,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 장인환 동양피스톤 부사장, 이성희 금속노조 정책국장이 지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KAMA)
▲왼쪽부터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안전환경본부장, 이백행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장,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 장인환 동양피스톤 부사장, 이성희 금속노조 정책국장이 지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KAMA)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장인환 동양피스톤 부사장은 "엔진 부품은 아예 없어진다. 엔진 업체엔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부품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동양피스톤은 내연기관용 엔진 피스톤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장 부사장은 "미래차 부품 생산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인력 채용과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부품을 개발한다 해도 기존 업체가 있어 경쟁력에 뒤처지고,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새로운 사업에 위험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미래차 전환 우수 기업을 선정해 부품업계가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만들어주고, 정부 기관 인력을 동원해 재교육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장은 부품 업계 관련 통계를 언급하며 "'한국판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려는 정부로서 의미 있는 조사라고 생각한다. 산업부 차원에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책에 담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조사대상 부품기업들은 자체 자금으로 부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기업은 17%에 불과하다”라며 “부품업계가 투자는 늘려가는 데 투자 회수에는 장기간이 소요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는 현실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소 6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등 특별 대출프로그램이나 신보나 기보 등의 특별보증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금융기관의 ‘미래차 투자 펀드’ 조성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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