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 펀드들, 한ㆍ일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설에 제동...거세지는 기후변화 대응 압력

입력 2020-10-21 16:05 수정 2020-10-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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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설 추진에 기후변화 우려 제기
3.4조 달러 규모 유로펀드 항의서한 보낼 예정
양국 모두 이번 계획만 마치고 더 추진 않겠다는 입장

탈원전·탈석탄을 외치던 한국과 일본이 개발도상국의 석탄화력발전 개발엔 적극적으로 나서 비난을 받고 있다. 자산운용 규모가 총 3조4000억 달러(약 3848조 원)에 이르는 유럽의 대형 펀드 컨소시엄이 한·일의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개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웨덴 노르디아자산운용과 덴마크 국부펀드인 MP연금, 핀란드 펀드 등 유럽 펀드 컨소시엄 18곳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개발에 참여하는 일본 대형 금융사들과 한국 기업들 앞으로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21일 보내기로 했다.

핀란드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개발 프로젝트 참여 기업에 4억 유로(약 5368억 원)를 투자했다. 이들 유럽 펀드는 한·일 양국이 개발하기로 한 북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르디아자산운용의 에릭 페데르센 대표는 “붕앙2 발전소는 석탄발전 위험에 무책임한 기업들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며 “이 개발은 파리기후협약을 따르겠다던 기업들의 약속과 명백히 상충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FT는 “대형 투자기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초점을 화석연료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쪽으로 점점 옮겨가면서 일어난 것”이라며 투자 기업이 취지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면 투자 철회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일 한국전력공사는 이사회를 열고 붕앙2 투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총사업비는 22억 달러로 한전과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각각 지분 40%, 일본 주고쿠전력이 20%를 나눠 가진다. 한국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이미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3대 은행들도 자금을 지원한 상태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까지 정책 기조로 이어오던 양국 정부가 해외에선 석탄사업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려 한다며 항의했다. 앞서 지난 5월 전 세계 40개국 127개 단체는 일본 정부에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건설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붕앙2 발전소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농도가 일본 내 화력발전소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현지 영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일본 무역보험이 투자한 것은 세계은행(WB)이 제시하는 국제금융공사(IFC) 표준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한전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발전소를 짓고, 이 같은 해외 석탄화력 투자는 앞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역시 해외 석탄개발을 줄이고, 자국 내 오래된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양국 모두 현행 사업은 끝내고 변화를 꾀하겠다는 데엔 변함이 없다.

FT는 “올해 일본이 개정한 대외정책은 앞으로 진행될 신규 석탄 사업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붕앙2와 같이 이미 기획단계에 들어간 경우는 예외로 취급하고 있다”며 “한국은 삼성물산을 포함한 기업들도 현재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투자는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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