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쇼핑 급부상 덕?…쿠팡 '갑질'에 '을'들의 반란

입력 2020-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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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른 이커머스의 득세로 유통업계의 ‘갑질’이 이커머스로 옮아가면서 납품업체인 ‘을’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입점 거부, 분쟁조정 신청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입점업체인 '을'들이 반발에 나선 배경에는 이커머스 절대강자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커머스로 소비 이동하자 쿠팡 ‘갑질 기업’ 등극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0년만에 이커머스의 패권을 거머쥔 쿠팡이 경쟁사와 납품업체로부터 잇단 고발을 당하며 이커머스 대표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은 크린랩에 대한 부당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지만 LG생활건강, 위메프, 배달의민족에 잇달아 고발당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생건 측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자 지위를 이용해 상품 반품 금지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위메프 역시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가격 인하를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제소한 바 있다. 당시 위메프가 주요 상품의 업계 최저가 판매를 선언하고 가격을 낮추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비슷하게 낮췄던 쿠팡이 가격 인하로 발생한 이익 손실분을 납품업체가 보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쿠팡을 제소했다. 배민은 외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출시를 앞두고 쿠팡이 업체들에 배달의민족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과 독점 계약을 맺을 것을 종용하는 등 무리한 영업활동을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유통업 주도권 역사는 대형마트로 거슬러올라가
유통업체가 입점 납품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갑질'이다. 2006년 CJ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오픈마켓 앰플은 시장에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사라졌다. 당시 오픈마켓 1위 기업인 G마켓이 입점업체들에게 G마켓보다 낮은 판매가를 책정하면 퇴출시키겠다는 압력을 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국내에 대형마트가 새로운 유통업태로 자리잡은 이후 대형마트가 휘두르던 주도권은 최근 이커머스가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지난 2010년 유통업체가 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전략으로 농심 신라면을 납품가보다 30% 낮은 가격에 판매하며 농심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마트 역시 전북지역 중소 돈육 가공업체에 시가보가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2015년부터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 입점업체와 힘겨루기가 가능한 배경은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하며 납품업체에 대한 영향력이 커져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구매액 기준으로 올해 1분기 쿠팡의 점유율은 24.6%로 G마켓(19.7%)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1위 온라인 플랫폼에 울며겨자먹기로 납품을 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커머스 경쟁에 농심ㆍLG생건 등 쿠팡과 힘겨루기 가능해져
하지만 과거부터 이어져온 갑질에 최근 ‘을’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고발과 납품 거부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직매입과 오픈마켓 두가지 방식으로 운영한다. 빠른 배송의 상징인 로켓배송은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된다. 쿠팡에서 LG생활건강 페리오와 리엔 샴푸, 농심의 백산수, 영실업의 완구 등은 로켓 배송으로 구매할 수 없다. 이들 업체가 낮은 납품단가 때문에 직매입으로 납품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구하는 단가가 너무 낮아 제조사나 대리점이 마진을 남길 수 없는 구조”라며 “로켓배송 대상이 되면 판매량은 늘겠지만 직매입 단가를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로켓배송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주도권을 놓고 입점업체가 쿠팡에 힘겨루기가 가능해진 배경은 네이버 쇼핑의 몸집 확대, 롯데온와 신세계 SSG닷컴의 출범으로 이커머스 강화 전략 등이 현실화하면서 쿠팡에 대한 견제에 힘이 실린 덕분이다. 쿠팡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대체 판로가 확보된 것이 반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과 함께 24시간 내 전국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는 쿠팡과 잡음을 내고 있는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삼성전자, LG전자 등 95개 업체가 입점했다. 쿠팡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네이버 쇼핑이 부상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납품업체에게는 핵심 거래처로 떠올랐다”면서 “주요 거래처의 최저가 납품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여왔지만 롯데와 신세계에 이어 네이버까지 쿠팡을 견제하면서 (대기업 중심이긴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가격 협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돼 쿠팡에 대한 반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분쟁조정은 총 1만3810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70% 가량 분쟁조정이 성립됐다. 한해 평균 1500건 내외의 분쟁이 발생한 셈이다.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유통과 관련된 분쟁 접수 건수는 가맹거래 1515건, 대리점 92건, 유통 67건 등으로 총 1674건이었다. 조정원은 분쟁 조정 성립 결과는 공개하고 있지만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의 보호를 위해 실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가맹거래를 제외한 분쟁 상당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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