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위해 청중 없는 온라인 생중계 토론회로 진행됐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입법예고된 두 법안의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 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지고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특히 입법예고안에서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현재도 제조물 책임법, 자동차 관리법 등 분야별로 20여 개 법률에서 상거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 거래업자 등의 보호가 높은 수준으로 보장돼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향후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는 '집단소송법(안)의 문제점' 발제에서 “법(안)은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 남용의 길을 열어줘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를 제공하고,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석훈 교수는 “집단소송법(안)이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다”며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ㆍ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濫訴)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석훈 교수는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징벌적 손해배상 및 반기업 편견을 가진 배심제와 결합하여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석찬 부산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발제를 통해 "상법 개정(안)이 가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했는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악의에 찬 고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찬 교수는 “미국에서도 입법으로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의 배상액을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주로 2배 내지 3배 한도로 시행하고 있다”며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형적 사례로 소개되는 1992년 맥도널드 커피 사건도 오히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이라며 “일부 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세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