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소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계획도 제시했다.
윤태일 삼성SDI 상무는 22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더 배터리 콘퍼런스 2020’ 기조연설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해마다 30% 넘는 성장이 예견된 고성장 시장”이라며 “기존 전고체 전지에 비해 절반으로 부피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전고체 전지를 2025년 이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5년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약 145조 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이 48조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5년 안에 3배 가까이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
전기차 대중화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배터리 가격이다. 주요 업체들이 기술개발 각축전을 벌인 결과 가격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고용량화, 경량화를 모두 충족하면서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윤 상무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건 양ㆍ음극 소재”라며 “양극 소재 부분에선 니켈 함량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는 소재를 개발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NCA 전기차 배터리를 내년부터 공급하는데, 여기에 더해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어 테슬라가 언급해 기대를 모은 실리콘 음극재도 언급했다. 기존 음극재인 흑연보다 약 10배 리튬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소재로 꼽혔지만, 많이 넣으면 배터리가 부풀 수 있다는 위험 요소가 있었다.
윤 상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 카본 복합체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현재 실리콘 함유 비율이 업계 최고인 7% 수준인데, 이를 9~10%까지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소재를 돌돌 말아 배터리에 넣는 와인딩(winding) 공법 대신 층층이 쌓는 '스태킹(stacking)' 공법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부품 비용을 줄이고 배터리 용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배터리 고용량화에 성공하면 주행거리가 늘고, 충전시간이 줄면서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윤 상무는 “80% 충전하는데 15분가량 소요되면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차를 이용할 수 있다”며 “주행거리의 경우 내년까지 출시가 예정된 전기차들은 500㎞ 정도인데, 700~800㎞ 수준까지는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상무는 “삼성SDI는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 것에 배터리를 넣자는 ‘배터리 오브 띵즈(BoT)’를 비전으로 삼아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SDI는 21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는 '인터배터리 2020'에 참가해 'The Future We Create'라는 주제 아래 진보한 기술력과 친환경 미래상을 제시했다.
인터배터리 행사 중 하나인 '더 배터리 콘퍼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인해 비대면 진행됐다. 윤태일 상무 이외에 성일하이텍 선우정호 연구소장, 에너베이트의 벤자민 박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