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 사기극 숨은 조력자] 대부업체 ‘1박2일 대출’…잔고증명서 꼼수 발급

입력 2020-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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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2곳, 투자 후 폐업 신고
옵티 자본금 바닥 난 시점서 설립
대출 실행 이후 정상적 경영 안해
금감원, 예외조항 적용 특혜 논란
부실 확인에도 경영개선명령 안해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펀드 감독 실패가 금융사기를 촉발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사의 ‘자기자본미달’ 보고를 받고 진행한 검사에서 부실한 자산 상태를 인지했음에도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기는커녕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해 특혜를 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회사의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 찾은 방법 중 하나가 일명 ‘1박2일’ 대출로 알려졌다. ‘쩐주(錢主)’라 불리는 개인 자산가나 대부업체를 찾아 고금리로 수십 억 원을 대출한 뒤 다음 날 바로 되갚는 대출이 1박2일 대출이다. 옵티머스처럼 급하게 자본금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도산 직전 옵티, 금산법 특례 적용

금감원은 당시 옵티머스가 단기간에 자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감원이 과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감원은 2017년 8월 일주일간 옵티머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후 금산법 제10조 적기시정조치 항목의 예외 조항을 옵티머스에 적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옵티머스가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산법에서 명시한 예외조항에 따라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 대신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제출해야 하는 경영개선계획서와는 다른 개념이다.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관문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옵티머스에 대한 첫 검사를 진행했을 당시 옵티머스는 내부 횡령과 부실 운영 등으로 자기자본이 5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옵티머스가 갖춰야 할 최소영업자본액은 약 15억4000만 원이었다. 자기자본이 최소영업자본보다 적을 경우 적기시정조치 대상임을 감안하면 옵티머스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 자본적정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옵티머스의 자산 상태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정도로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는 당시 도산 직전의 상황이었다”면서 “금감원이 최소영업자본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에 즉시 경영개선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라고 했다. 옵티머스는 이후 금감원의 판단에 따라 자본금을 늘렸고, 금융위로부터 적기시정조치 유예 처분을 받았다. 2017년 자산운용검사국에서 근무하던 간부 A 씨는 “당시 조치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현 자산운용검사국에서 모든 것을 대응키로 했으니 그쪽에 질문하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대부업 통해 잔고증명서 발급받고 ‘끝’

옵티머스는 금감원으로부터 회사 자본금을 확대하라는 조언을 들은 시점에 두 곳의 대부업체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주)이수인베스트먼트대부는 2017년 11월 30일과 2018년 2월 2일 각각 26억 원, 30억 원을 투자해 총 56억 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또 다른 대부업체 민앤유자산관리대부 주식회사는 2017년 11월 10일 30억 원을 옵티머스에 넣었다. 대부업체 두 곳이 몇 달 사이 86억 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한 셈이다.

두 대부업체는 옵티머스가 내부 횡령과 부실운영으로 자기자본이 바닥인 시점에 설립됐다. (주)이수인베스트먼트대부는 2017년 6월, 민앤유자산관리대부는 2017년 10월에 각각 서울 중구와 금감원에 대부업 등록 절차를 마쳤다. 전자는 2019년 12월 자진 폐업 신고를 했고, 후자는 올해 10월 대부업 등록 유효기간이 만료돼 폐업됐다. 두 대부업체는 옵티머스에 투자한 이후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는 “두 업체는 옵티머스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 급하게 설립된 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쩐주’들은 바지 사장을 내세워 1인 대부업체를 세운 뒤 이를 매개로 수십 억 원을 대출해준다”며 “개인 이름으로 대출하면 돈의 출처가 밝혀지기 때문에 굳이 중개자를 한 명 두는 것이다. 옵티머스는 2017년 6월부터 한국전파진흥원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그대로 빼 두 ‘쩐주’ 투자금을 갚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기준에 미달한 회사들은 1박2일 대출로 끌어온 돈을 회사 자본금으로 모두 입금하고, 다음 날 은행으로부터 잔고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금감원에 잔고 증명서를 제출하고 나면 대출금을 인출해 하루 만에 돈을 되갚는 수법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투자금을 인출해 1박2일 대출금을 갚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잔고증명서뿐”이라며 “수법을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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