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김성령(68·여·가명) 씨는 아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아들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괜찮다고 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니 주사를 맞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독감 예방접종을 둘러싼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확인된 사망사례는 없지만,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르자 의료계 일부에선 접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접종을 중단했으며, 개별적으로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까지 접수된 독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은 총 1154건이다. 유료 접종은 306건, 무료 접종은 848건이며, 증상별로는 국소반응이 117건, 알레르기는 245건, 발열은 204건, 기타 480건이다. 사망사례는 중증 신고 후 사망사례를 포함해 48건이다. 사망사례 중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독감을 접종한 이후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례들을 전문가들과 살펴본 결과 독감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며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실시한 20건의 중간부검 결과에 따르면 13건은 1차 부검 결과 심혈관질환이 8명, 여기에는 대동맥 박리나 아니면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질환이 포함돼 있고, 뇌혈관질환은 2명, 기타 사례가 3건”이라며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온도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예방접종 때 접종을 맞고 7일 이내에 사망한 분이 1500명 정도”라며 “예방접종의 어떤 인과성하고는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맞고 사망이 발생하는 통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도 접종 후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망의 원인을 접종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에도 70~80대는 사인이 설명되지 않는 돌연사가 많았다”며 “다만 우리나라가 부검을 일반적으로 하는 국가도 아니고, 돌아가시는 분들의 연세도 많아 사망자의 접종 여부를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접종을 받은 분이 숨지면 실제 사인과 관계없이 모두 접종 때문에 숨졌단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공포는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이후 회원들을 내상으로 ‘의료기관 접종을 잠정 중단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정부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거나,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트윈데믹(동시유행)’이다. 독감은 코로나19와 증상만으로 구분이 어렵다. 따라서 독감 환자들이 선별진료소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방역체계에도 과부화가 우려된다. 반대로 일반 병·의원에서 독감 환자들을 받으면,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환자도 함께 유입돼 코로나19가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