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패닉 바잉'… 지역 안 가리고 싼 아파트 '무차별 매수'

입력 2020-10-25 19:00 수정 2020-10-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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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기회 빼앗길라…"더 오르기 전에 사자"

연일 오르는 집값이 수요자들의 아파트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소득으로는 충당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지역과 매물을 가리지 않고 않고 싼 아파트를 찾아 '무차별' 매수에 나서고 있다.

단번에 5억 원 가까이 '쑤~욱'…구축 아파트도 매수 몰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현대그린아파트 전용면적 84.72㎡형은 지난달 17억4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2019년 7월) 가격보다 무려 4억6000만 원 오른 것으로,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18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도곡동에 위치했지만 현대그린아파트 매매값이 그간 15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은 이 아파트가 나홀로 단지이기 때문이다. 나홀로 아파트는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사이 좁은 땅을 활용해 지어진 1~2개동, 100가구 안팎 규모의 단지로 낮은 환금성 탓에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다.

이 아파트는 1개동 171가구로 적은 세대수 탓에 매물 거래도 활발하지 않았으나 1년여만에 무려 5억 원 가까이 올라 거래됐다.

강남구 논현동 한화꿈에그린2차 전용 83.7㎡형도 지난달 13억2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3달 전만 하더라도 이 아파트는 11억 원 선에서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4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아파트 역시 나홀로 단지다.

꺽일 줄 모르는 집값 상승세에 나홀로 아파트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 단지더라도 학군·교통편이 좋지 않거나 나홀로 아파트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매물을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밀집지역 집값 상승세 여전…"교통ㆍ인프라도 상관없어"

이같은 무차별 매수세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뿐 아니라 싼 아파트가 있는 곳은 어디든 오르는 추세다. 이에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주와 같은 0.01%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강서구(0.02%), 중랑구(0.04%), 중구(0.02%) 등이 상승폭을 확대했다.

실거래가를 기록한 사례도 줄을 이었다.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상림 푸르지오 전용 101.61㎡형은 지난 19일 8억55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보다 무려 1억7500만 원이 뛰었다. 이 아파트는 현재 호가가 9억 원에 달한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이 단지는 인근 구파발역과도 거리가 멀고 인프라 역시 좋은 편은 아니다.

은평구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진관동은 은평구 내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주목을 받지 못하던 지역"이라면서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매물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랑구 면목동 용마한신아파트 전용 59.22㎡형은 지난 20일 직전거래보다 6100만 원 오른 5억65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상봉동 동부아파트 54㎡형도 지난 15일 최고가인 5억63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는 지은 지 20~30년 된 구축아파트이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이슈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서울 집값 더 오를 것"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매수 심리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도강의 경우 학군, 금관구는 편리한 교통이라는 이점이 있어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오르는 중저가 밀집지역의 이점은 오직 싼 가격 뿐"이라며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위해 싼 아파트를 찾아 곳곳을 헤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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