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가리지 않는 '전세난'…지방 대도시도 영향권

입력 2020-10-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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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신규 임대차 시장에서 매물 부족과 이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부동산업소 모습.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신규 임대차 시장에서 매물 부족과 이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부동산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까지 전세난이 번질 조짐이다. 새 임대차 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줄면서 전세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전셋값이 안정적이던 지역까지 전세난이 번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3구·마용성 지역, 전셋값 강세…외곽 지역도 '↑'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신규 임대차 시장에서 매물 부족과 이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선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곽 지역도 전세 품귀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체 5563가구 규모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의 경우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물건이 2개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22일 전용면적 84.99㎡가 보증금 11억 원(26층)에 전세 계약서를 쓴 것이 가장 최근 거래인데, 현재 같은 면적의 호가는 13억 원 수준이다.

준공 26년 차인 강남구 도곡동 현대아파트는 전용 84.96㎡가 지난 10일 보증금 8억7000만 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직전 거래인 8월 29일 7억5000만 원(6층)보다 1억2000만 원이 뛰며 최고 전세가를 경신했다.

마포구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전체 단지에서 전세 물건이 2개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84.59㎡ 호가는 10억 원이다. 같은 면적이 지난달까지 8억5000만∼9억 원에 전세로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1억 원 넘게 오른 것이다.

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 중소형 평형인 59.99㎡는 지난 7일 보증금 7억 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역대 최고 가격을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강북권에서도 전세 품귀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84.67㎡가 이달 7일 보증금 6억2000만 원(4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작년 9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5월에 보증금 5억6000만 원(11층)에 최고 가격으로 거래된 뒤 이번에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59.96㎡도 지난 17일 보증금 5억9000만 원(31층)에 전세 계약을 마쳐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7∼8월 4억2000만∼4억8000만 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호가가 6억 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 얘기다.

도봉구 창동 대림e-편한세상 84.97㎡는 지난 20일 보증금 4억3000만 원에 전세로 거래돼 직전 최고가인 4월 4억2000만 원(14층)을 넘어섰다.


수도권도 전세난에 '몸살'…대전·부산·울산 등 지방 대도시로 확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달 3주 연속 0.16%를 기록하다 0.15%로 상승폭을 줄이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 0.14%→0.16%→0.21%로 폭을 키우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전용 62.8㎡는 이달 21일 보증금 5억7000만 원(9층)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져 직전 최고가인 6월 4억3000만 원(13층)보다 1억4000만 원이 올랐다.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에서 해당 아파트 전세 매물은 확인되지 않는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시범리슈빌 전용 84.74㎡는 17일 보증금 4억8500만 원(18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면적은 올해 초 3억 원대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지다가 6∼7월 4억 원대로 올라섰고, 지금은 6억 원까지 전세 호가를 부르는 집주인도 있다.

수도 이전 논의로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세종시는 매맷값이 오르면서 전셋값도 함께 뛰고 있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3단지 퍼스트프라임은 이달 6일 84.87㎡가 보증금 3억 원에 계약서를 쓰면서 8월 2억5000만 원보다 5000만 원 올랐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98.64㎡의 경우 지난달 17일 보증금 4억 원에 계약된 뒤 전세 호가가 모두 4억 원 이상으로 올랐지만, 그나마도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대전 유성구 상대동 도안신도시 트리풀시티 101.96㎡는 23일 최고가인 6억5000만 원(27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평형은 8월까지 4억5000만 원 이하에서 거래되다가 불과 두 달 만에 전셋값이 2억 원 뛰었다. 현재 호가도 6억5000만 원 수준이다.

부산의 전셋값도 오름세다.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84.63㎡는 13일 보증금 4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역대 최고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은 7월에 있었던 6건의 전세 계약이 모두 4억 원 미만으로 거래됐으나 8월 4억5000만 원까지 오른 뒤 이달 5억 원 코앞까지 온 것이다. 해당 평형 전세 매물은 현재 4억4000만∼5억3000만 원에 3개가 나와 있다.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세종(1.26%)에 이어 가장 많이 오른 울산(0.50%)의 경우 중구 우정동 우정아이파크 84.96㎡가 15일 보증금 4억 에 거래가 성사되며 처음 4억 원을 넘겼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동안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는 신혼부부 등의 경우 전셋값이 뛰어 예산에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하고 교육·교통이 불리한 외곽으로 밀려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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