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건희 회장 타계, 한국 경제 혁신 상징 잃다

입력 2020-10-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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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25일 타계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년 5개월 동안 병상에서 버텼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영면했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혁신적 기업가를 잃었다. 깊은 상실감과 함께 그의 명복을 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으로 1942년 태어난 고인은 1987년 부친의 별세로 그룹 총수 자리를 승계했다. 이후 삼성의 획기적인 도약을 이끌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냄으로써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상징이 됐다. 그의 타계는 한국 경제의 심대한 손실이다.

고인이 일군 삼성의 성장은 경이적인 신화(神話)다. 회장에 오른 1987년 그룹 매출은 9조9000억 원이었으나 2018년 386조6000억 원으로 31년 동안 39배나 커졌다. 자산은 10조4000억 원에서 878조3000억 원으로 84배 이상 증가했다. 임직원 수도 10만 명에서 52만 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비중도 당시 13.3%에서 지금 30%를 훨씬 넘는다. 삼성을 떠나 한국 경제의 오늘을 말할 수 없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세계 시장의 3류 기업을 어떻게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고 경쟁력을 배가해 글로벌 1등 기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입증해 보였다. 끊임없는 ‘위기경영’이 원동력이었다. 혁신의 출발점이 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신경영’ 선언과, 이후 불량 휴대폰 15만 대를 공장 마당에 쌓아놓고 불태운 화형식이 그랬다. ‘양 아닌 질 중심으로 간다’는 경영방향의 일대 전환이었다. 삼성이 넘기 어려웠던 아성이었던 일본 소니를 따돌린 2002년에도 “5년, 10년 뒤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난다”며, 개혁의 고삐를 죄고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그것은 삼성의 탁월한 성공 DNA(유전자)가 됐다. 사업 성패의 통찰력에 대한 오너의 직관과,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영, 핵심역량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과 시너지 극대화다. 반도체와 휴대폰, 가전의 세계 1위를 이끈 힘이었다.

고인의 삶에 고난도 적지 않았다. 끊임없이 ‘황제경영’ ‘정경유착’ ‘삼성공화국’ 등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고,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휘말려 특검 수사와 기소로 실형을 선고받아 2년여 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럼에도 고인이 대한민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재계 최고의 리더였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재계도 불굴의 도전정신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한국 경제 도약을 견인한 그의 타계에 한결같은 애도와 상실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실천했던 경영정신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지향점이자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거듭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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