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품종 알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사과

입력 2020-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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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 하면 빨갛게 익은 탐스러운 사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루 한 개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는 서양 속담처럼 잘 익은 제철 사과에는 비타민과 식이섬유, 기능성 물질 같은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다. 사과껍질에 들어 있는 우르솔산은 염증을 완화하고 근육을 강화하며, 올레아놀릭산은 각종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등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식이섬유는 과민성 대장 증상과 변비, 설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과는 우리나라에서 배, 감귤, 복숭아, 포도, 단감과 함께 대표 과일로 꼽힌다. 2019년 재배 면적은 3만3000㏊로 6대 과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0.3㎏ 정도로 귤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의 역사는 능금으로부터 시작된다. 고려 숙종 때 송나라 손목이 고려 풍속을 정리한 ‘계림유사’에 능금이 처음 등장한다.

오랜 시간을 우리와 함께한 과일이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사과의 품종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후지’ 계통 67.9%, ‘홍로’ 16.5%로, 두 품종이 전체의 84.4%를 차지한다. 이는 사과 소비가 추석을 전후한 가을철에 집중되고 그 후에는 저장한 사과를 다음 해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소비하기 때문이다. 추석용으로 적합한 홍로와 저장성이 좋은 후지 품종이 많이 생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품종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면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생산되는 다양한 사과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고루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사과 품종 구분은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눌 수 있다.

7월께 맛이 드는 조생종 사과로는 국산 품종 ‘썸머킹’과 ‘썸머프린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품종은 ‘아오리’로 알려진 일본 품종 ‘쓰가루’ 사과를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4~5년 전에 개발하고 농가에서 선택하여 재배하는 품종이다. 그간 여름 사과는 껍질이 질기고 떫은맛이 강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는 8월 말에 맛이 드는 쓰가루가 7월 초부터 덜 익은 채로 유통되며 생긴 현상이다. 이에 착안해 국산 썸머킹과 썸머프린스는 7월 초·중순에도 단맛이 잘 들도록 개량했다.

9월 초 생산되는 중생종 품종으로는 홍로 외에 열매가 작은 ‘루비에스’와 ‘아리수’를 들 수 있다. 탁구공보다 약간 큰 크기의 루비에스는 도시락용, 컵과일용으로 주목받는 사과이다. 아리수는 홍로와 수확 시기가 비슷한 추석용 품종으로 고온에서도 색이 잘 들고 저장성과 품질이 좋아 추석이 이른 해에도 안정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아리수는 지난해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9월 중순부터 맛볼 수 있는 사과로는 중간 크기의 ‘황옥’과 ‘피크닉’이 있다. 테니스공 크기만 한 이들 사과는 노란색, 빨간색으로 껍질색이 선명하고 식감이 아삭아삭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다.

10월부터 수확하는 만생종은 후지의 점유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앞으로 후지를 대체할 수 있도록 맛과 저장성이 뛰어나면서도 색이 잘 드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10월 24일은 사과의 날이다. 사과 소비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사과의 날은 사과 향기가 그윽한 10월에 ‘둘(2)이 사과(4)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해와 섭섭함, 미움과 서운함의 감정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사과를 건네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길 기대한다. 아울러 다양해진 인간관계만큼이나 다양한 국산 사과 품종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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