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지만 경기가 급반등하는 소위 V자 반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수출호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견인한 정부 역할이 크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예상보다 많이 반등한 것 같다”면서도 “3차 추경효과가 컸다. 9월말부터 코로나 확산이 심화됐다. 4차 추경을 했지만 3분기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4분기엔 반등세가 지속되기 보단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예상치와 크게 틀린 것 같지 않다”면서도 “코로나로 전분기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년동기대비로 하면 여전히 마이너스라 회복세라거나 좋아졌다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4분기에도 전년동기비로는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행도 V자 반등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성장률을 증가율로만 보면 (회복) 각도가 높아 V자 반등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수준은 추세선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V자 반등이라 말하긴 주저스럽다. 레벨로 봐야한다”며 “제조업은 많이 위축됐다 회복되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은 덜 위축됐고 회복도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성장이 V자 반등처럼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흐름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궤도에 진입했다고 봤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39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상당폭 반등하면서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궤도에 진입했다”며 “위기극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10월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와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 중이다. 수출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올 성장률은 -1.3%에서 -1.5%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다고 추가로 경기를 부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바이러스 위기인 만큼 방역에 최우선을 두고, 그간 풀었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교수는 “현 시점에서 추가로 성장률을 높이겠다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통화정책은 묶여있고, 재정정책도 효율성이 나타난 것 같지 않다. 단기 경기조절용으론 이미 할 만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경제가 성장하려면) 수출이 끌어줘야 하나 혼자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미국과 중국 성장이 완전히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덜 반등하는 모습이다. 코로나를 잘 선방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경제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증표일 수 있다”며 “무리하게 성장을 견인하기 보단 잠재성장률이 훼손되는지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또, 부동산 문제가 가격 안정화인지 소강인지 명확치 않고, 전세대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간 펼친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도 “겨울철들어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추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재정으로 떠받치기엔 장기적으로 국가부채 충격이 클 수 있다”며 “내년 백신 보급 전까진 방역을 최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