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가족과 재계 인사, 임직원들은 무겁고도 경건한 분위기 속에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족들은 28일 오전 7시 30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영결식을 치렀다. 영결식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직계가족뿐 아니라 이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정용진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유족들과 관계가 깊은 재계 총수도 참석했다.
비공개로 약 50분간 진행된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의 약력보고로 시작했다. 이 고문은 고인의 약력을 보고하며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보고 도중 “영면에 드셨다”라는 부분에선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이 회장과의 추억을 회고했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버지를 능가한다’라는 의미”라며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이후 추모 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영결식을 끝낸 유족들은 8시 22분께 암센터를 빠져나와 미니버스 2대에 나눠탔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면을 응시한 채 걸어 나왔고, 이부진 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감정에 북받친 듯 입을 가리기도 했다. 유족들을 태운 버스는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장례식장 지하 2층의 빈소로 이동했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부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수빈 고문 등 전ㆍ현직 고위 임원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빈소 1층 앞에 서서 운구차의 발인을 기다렸다.
유족들은 빈소에 약 20분간 머물렀고, 운구차와 유족들을 태운 버스는 8시 55분께 삼성서울병원 정문을 빠져나갔다. 삼성 전·현직 임원을 태운 버스도 뒤따랐다.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거쳤다. 먼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리움미술관 등을 들렀고,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 사업장으로 향했다.
화성 사업장 정문에 걸린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11시 2분께 도착한 운구 행렬을 맞이했다.
운구 행렬은 사업장 내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연구동 등의 건물을 천천히 지나쳤다. 도로 옆으로는 임직원 수백 명이 일렬로 서서 이 회장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일부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운구 행렬은 11시 22분께 H3 문을 통해 사업장을 빠져나와 장지인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으로 향했다. 유가족과 삼성 전ㆍ현직 임원들이 장지에서 함께 장례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