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총수 자리에 오르기 전인 1980년대 초반 삼성전자 가전 담당 임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은 평소 여성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소신은 ‘신경영 선언’을 한 1993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그해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졸여성 공채’를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해 139명의 여성 인재를 선발했다. 1995년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성차별을 완전히 없앤 ‘열린 채용’을 도입했으며, 그 결과 2002년부터는 ‘여성 인력 30% 채용’ 가이드라인이 정착됐다.
이와 함께 육아시설 확대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선도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랐다. 신경영 선언 당시 8명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의 여성 임원 수는 20년 만에 7배인 52명으로 불어났다.
이건희 회장은 2011년 8월 삼성 여성임원과 오찬 자리에서 “여성임원은 본인의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있는 사장까지 돼야 한다”며 여성 임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4년 4월에는 삼성 여성 승진자 9명과 오찬에서 “그룹 내 여성인력 채용비율을 30%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1997년 이 회장이 펴낸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세이에는 그의 여성 인재 사랑을 잘 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다. 이는 실로 인적 자원의 국가적 낭비라고 아니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국가 차원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탁아소나 유치원 시설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 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 줘야 한다”고 적었다.
이 회장은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