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巨人) 이건희의 모든 것] ③ 강아지 사랑 각별, 시각장애인 '눈' 역할도

입력 2020-10-28 15:00 수정 2021-04-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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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애호협회' 회장 맡기도… 200마리 이상의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배출

▲1993년 미국의 종합경제지 포춘과 인터뷰하는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1993년 미국의 종합경제지 포춘과 인터뷰하는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Crufts)’를 꾸준히 후원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 대회는 세계 최고의 명견을 선발하는 행사로 전 세계 40여 개국의 명견들이 총출동한다. 약 14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삼성전자가 명견대회를 후원하게 된 것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각별한 견공 사랑 덕분이다.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일본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냈는데, 이때부터 애완견을 기르면서 향수를 달랬다.

1960년대 말에는 직접 진도에 내려가 진돗개를 대거 사들이기도 했으며,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은 적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한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 진돗개를 포함해, 약 200마리의 개를 길렀다. 이 회장 자택 주변에 살던 주민들이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자 결국 에버랜드로 개들을 보내야만 했던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 품종인 진돗개가 2005년 영국 견종협회 정식 품종으로 등록된 데 이어 작년부터 크러프츠에 출전한 것도 삼성전자의 지원이 컸다. 삼성은 1993년부터 국내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도 펼치고 있다.

신경영을 역설하던 당시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이 회장은 “안내견 한 마리를 만들려면 10만 달러가 든다. 용인의 셰퍼드나 래브라도 1만 마리 중 한 마리만 안내견이 될 수가 있다”면서 “안내견은 IQ가 높고 인내력이 있고 사람 말도 잘 들어야 한다. 외국에서 최고의 훈련사를 아무리 비싸더라도 데려와 용인에서 몇 마리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개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며 개는 국민 정서를 순화할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또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고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렇게 시작된 삼성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은 10개월 후인 1994년 4월 첫 안내견을 배출했다. 이후 매년 10마리 안팎의 안내견을 무상 기증해 지금까지 200마리 이상이 교사 공무원 피아니스트 등으로 활약하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력을 잃은 김경민 씨는 2007년 숙명여대 교육학과에 합격하면서 삼성의 안내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미담’과 함께했다.

그는 미담 덕분에 낯선 교정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고 2011년 가을 문과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곧바로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안내견 ‘미래’를 기증받은 강신혜 씨도 미래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현재 서울 청운중학교 국어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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