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LG화학의 물적분할 논란

입력 2020-10-28 16:08 수정 2020-11-1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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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에 유입된 넘치는 자금을 바탕으로 코로나 시국마저 당당히 뚫으며, 가장 뜨겁게 질주하고 있는 테마의 중심에 테슬라를 위시한 전기차가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 한다”고 발표한 후, 약 한 달간 이슈의 최정점에서 언론과 시장을 달구고 있는 이유도 그만큼 돈이 되는 매력적인 사업부(Cash Cow)를 회사에서 분사하기 때문이다. 많은 소액주주가 회사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고 급기야 청와대 청원에까지 이르렀다.

“저는 세계 1등 2차전지 회사인 LG화학의 기업가치를 보고 배터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것입니다. 배터리가 빠진 화학회사에 투자하는 것이었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장성을 보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는데, 방탄소년단이 탈퇴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사업분할이 뭐 길래 이토록 반발할까? 먼저 개념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문제가 보인다. 회사는 지배구조나 경영 상의 효율을 위해 사업을 분할하거나 합친다. 회사가 기존 사업부를 떼어 100%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도록(Vertical) 분리하는 방식을 ‘물적분할’, 떼어낸 사업부를 기존 주주들에게 다시 지분율 대로 수평적으로 귀속시키는(Horizontal) 방식을 ‘인적분할’이라고 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중 배터리가 속한 전지 사업부를 쪼개서 ‘LG에너지솔루션’이란 회사를 만들어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것이다.

같은 회사를 두 개로 쪼개는 것이므로, 일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으며 기업 가치도 똑같다. 그래서, 합병과는 달리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리와 활용 면에서는 둘의 차이가 크다. 물적분할 시 회사는 주총 없이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많은 경영 활동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별도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사업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인적분할의 경우 법적 재무적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는 데 반해, 알짜 사업부의 재산이나 이익 또한 지배하는 만큼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직접 반영할 수 있다. 사업상의 효율에 따라 지배구조까지도 바꿔버릴 수 있다.

하지만 주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분할된 사업부, 즉 배터리 사업부를 인적분할처럼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회사인 LG화학을 통해서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사가 물적 분할을 한다고 할 때 주주가 가장 먼저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하는 점은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가?”, 즉 사업 비중이다. 작다면 회사가 어떻게 처리해도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소집공고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가칭)은 자산 비중 41.5%, 매출 비중은 42.9%로, 전기차 추세에 맞춰 매출은 매년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정도면 핵심 사업에 해당한다. 이제 주주들은 불안해진다. 안타깝게도 거의 자동 반응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겪어왔던 숱한 트라우마와 상처들이 기억 속에 옹이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본격적인 두 번째 질문, “분할 후 주주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사안은?”을 물어야 한다. 바로,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한 ‘합병, 매각, 지주사 전환’이다. 소수 특수관계인을 위해 계열사와 헐값에 합병되거나, 핵심 사업의 일정 부분을 매각해 버리거나 멀쩡한 상장 사업이 비상장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회사는 아무런 기업가치 변화 없이도 주주가치가 급격히 할인된다. 잘 알려진 삼성 사례 뿐만 아니라, 풀무원 두부공장의 비상장화, 동아제약의 알짜 사업 박카스 사업부의 물적분할, 지주사 전환으로 인한 저평가 고착 사례들을 시장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적분할도 능사는 아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추진 시 분할된 비상장사의 적정 가격 논쟁에서 보듯, 현행 자본시장법 체계 아래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만으로 현상을 판단할 순 없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사례는 조금 달랐다. 상장을 언급하며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상장을 전제할 경우 지분율은 희석되지만, ‘합병이나 매각’ 시 분할된 사업의 가격 공정성이나 정보 비대칭 문제는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고,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목적이라면 분석 포인트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주사 할인의 우려도 현재 LG화학의 주주 구성과 자사주 비율을 보면 그리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까지 실무적으로 활용되어 온 지주사 마법의 공식은 ‘자사주’의 신주 배정과 지주사와 사업회사와의 ‘주식교환과 현물출자’를 통해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갑자기 2~4배까지 증가하는 것인데, LG화학의 자사주 비율은 2.34%,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개인의 지분이 0.0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마법을 쓰기엔 자사주 비율이 너무 적고, 개인 최대주주가 마법으로 얻는 효익도 지분이 늘어나더라도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공법으로 세 번째 질문이 필요하다. “그럼 주주가치는 증가할까?” 이제 질문은 좀 더 희망차게 바뀐다. 이분법을 극복하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회사의 입장까지 함께 보자. 사실 상장이나 유상증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주주가치의 희석’은 부(-)의 효과, ‘투자로 인한 기업가치의 성장’은 정(+)의 효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핵심은 과연 ‘정말 투자가 필요한지’ 여부와 ‘그 자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마련할지’, 그로 인해 ‘희생되는 주주가치를 어떻게 배려할지’가 논점이 된다.

하나씩 살펴보자. 불과 한달 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지금 배터리는 너무 작고 비싸다. 18개월 뒤 배터리 가격을 지금 보다 56%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LG화학 입장에서는 기술향상과 가격 인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성장 시장의 가격 경쟁은 일반적으로 생산을 늘리며 개당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진행한다. 신설법인의 최근 및 향후 EV전지의 투자 상황(Capex)을 고려하면,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 연간 3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2019년 기준, 이번에 분할되는 전지 부문의 투자는 기업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사업 자체의 생존과 경쟁력, ‘중장기적’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 ‘대규모의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회사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다시 지배구조 개편 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실무적인 활용법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을 분할할 때 회사는 경영상 정책상 목적에 따른다. 존속법인에 지분을 남겨야 하거나 자산의 실제 가격을 노출하고 싶지 않으면 장부가격을 기준으로 인적분할을 하고, 사업의 공정가치나 정당한 시장가치를 부각하고 싶으면 물적분할을 한다.

소위 선수들(?)끼리만 안다는, 흔히 회자하지 않는 실무적인 팁이다. 2014년 한화케미칼의 구조조정이 좋은 사례다. 한화L&C는 소재 사업과 창호, 바닥 등의 건자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한화L&C의 대주주(지분100%) 한화케미칼은 소재사업을 키우기 위해 건자재 부문을 물적분할 한 뒤, 모건스탠리PE에 지분 90%를 매각했다. 한화케미칼은 100% 자회사로, 비만 치료제 등 의약품을 파는 드림파마 사업부를 인적분할해서 외국계 제약업체에 매각한 후 존속회사를 다시 합병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LG화학이 성장하는 전지 사업을 버리거나 팔아서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조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정한 가격으로 평가한 후 다양한 자금 조달을 통해 전지 사업 자체를 키워서 LG화학도 연결 회계를 통해 안정적인 혜택을 받거나, 장기 고객사와 조인트 벤처를 만들 수 있다면 우량한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와 함께 장기적인 수익 추구도 가능할 수 있다. 단, 가장 효과적인 자금 조달 방안으로 외부차입, 유상증자, 구주 매출, 국내외 동시 기업공개(IPO)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희석된 주주가치에 대한 배려는 어떨까? LG화학은 2022년까지 배당성향 30% 이상, 주당 1만원 배당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019년 2000원 대비 약5배나 상승하게 된다.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데 배당을 크게 늘린다는 것이 일견 우려되거나 모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세부 사실보다는 전체 기업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성적인 사실을 반드시 정량적 수치로 검증해 봐야 온당해진다. 수치를 보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단, 2020년 10월 28일 현재 LG화학 주가 63만1000원 대비 배당금 1만 원을 생각하면 배당수익률은 크지 않다. 배당액의 크기도 분할 후 자기주식을 제외하면 약 7600억 원으로 시가총액 44조 원 회사의 덩치 대비 큰 혜택은 아니다. 게다가, 배당을 심플하게 부채, 투자, 이익 세 변수의 함수만으로 보고, 자금조달과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 실적을 감안하면 배당이 그리 큰 수준은 아니다. 당연구소는 배당 증가만으로는 부족하고 비록 소량이지만, 회사가 발행한 해외교환사채(EB)의 대상 주식을 제외한 처분가능한 자기주식 36만주라도 ‘영구 소각’해 주주환원에 대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별도 현금 인출(Cash-out) 없이, 적은 금액으로 주주들을 배려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본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회사의 주주대응은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사업 분할 발표 후 청와대 청원을 비롯해 언론의 비판과 소액주주들의 엄청난 공분을 산 만큼, 이렇게 논란을 키우기 전에 주주를 대상으로 좀더 적극적인 IR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뒤, 최근 모범적이고 괄목할 만한 IR과 적극적인 ESG 개선 활동을 보이며 주주친화 정책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사가 그렇듯, 기업 지배구조 또한 시련을 통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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