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160억 회분 만든다는데...문제는 ‘배송’

입력 2020-10-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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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백신 생산 160억회분 전망
개도국 등 일부 국가들 배송 및 보관 인프라 부족
덴마크 해운사 머크, 미국 코백스와 파트너십 체결로 해결 나서

▲9월 미국 존슨앤존슨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약품. AP/뉴시스
▲9월 미국 존슨앤존슨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약품. AP/뉴시스
초고속으로 개발에 성공해 대량 생산이 임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난관을 만났다. 160억 회분이 넘는 백신을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고르게 공급해야 하는데, 인프라 부족 탓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내년에 생산되는 백신 배송을 놓고 기관들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영국 생명과학 분석업체 에어피니티의 통계에 따르면 내년에 백신 제조업체들이 생산할 백신 163억 회분 중 86억 회분은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 중 개발도상국에 배정된 물량은 25억 회분 정도로,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이 5억 회분, 미국 노바백스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각각 10억 회분을 담당한다.

문제는 배송이다. 이들 업체가 백신 생산을 완료한다 해도 이를 전달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SCMP는 “전 세계가 물량을 고르게 분배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면서도 “일부 국가들은 내년에 백신이 생산되더라도 백신을 전달할 만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백신을 전달받을 인프라가 부족해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스위스 글로벌 헬스컨설턴트인 이벳 마드리드도 “일부에선 백신을 보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냉장 장비가 부족한 현상이 벌어지는 등 각국 의료시스템 간의 불균형으로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예정된 160억 회분이 제대로 생산된다는 보장도 없다. 임상시험 실패와 중단이 빈번한 백신 개발 특성상 예상보다 적은 물량이 생산될 수 있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싱크탱크인 옐로하우스는 “내년 말까지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 120억 회분 중 실제로는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크는 미국 코백스와 글로벌 물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코백스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합작한 백신개발공동기구로, 보다 공평한 백신 보급을 목적으로 신설됐다. 현재는 내년에 184개국이 코백스에 참여해 20억 회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두 조직은 전 세계에 제약사 백신을 배포할 운송, 보관, 유통 구조 등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백신 물량 대부분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고른 공급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보라 글리슨 호주 라트로브대학 공중보건대 수석 강사는 “국가들이 실제로 백신을 모두 공유할 수 있게 하지 않는 한 우리는 늘 그랬던 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는 부유한 국가가 백신에 쉽게 접근하고, 가난한 국가는 기다리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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