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애플·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 IT 빅4 일제히 실적 발표
“전망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시장 다시 요동”
미국과 유럽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경기회복을 위협할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하면서 이날 미국 증시는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3.4%, S&P500지수는 3.5% 각각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7% 빠졌다.
이번 주 들어 미국 증시에서 2조 달러(약 2264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애플과 아마존닷컴 등 핵심 IT 기업이 이날 미국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애플은 4.6%, 아마존이 3.8%,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5.5% 각각 급락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 주가는 예상 순이익에 비해 너무 비싸서 추가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이 25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년 상반기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IT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맷 말리 밀러타박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재봉쇄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며 “SAP에 이어 다른 IT 대기업이 록다운(봉쇄)으로 내년 실적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는 주요 IT 대기업의 발표가 계속되면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날 장 마감 후 내놓은 2021 회계연도 1분기(7~9월)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전망은 비슷했음에도 주가는 이날 5% 급락했다. 일부 사업부에 대한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쳤기 때문.
MS와 더불어 미국 증시 시총 상위 5개사 중 4곳, 즉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이 29일 장 마감 후 일제히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모두 3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초점은 이들이 올해 말과 내년을 어떻게 보는지에 맞춰져 있다.
크리스 개프니 TIAA은행 세계 시장 담당 사장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올해 시장 랠리를 이끌어 그들의 실적이 투자심리를 좌우할 것”이라며 “실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심리를 이끌면 최근 매도세가 눈덩이처럼 커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은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버블은 그 자신의 무게로 쓰러지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예외는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IT 종목이 9월 2일 고점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나스닥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