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뭉치니 정계ㆍ재계까지 흔든다

입력 2020-11-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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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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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모여든 개인투자자(개미)일명 ‘동학개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개미들이 동학개미라는 이름으로 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정책은 물론 대기업까지 흔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나 기업들은 소액주주들과의 소통과 설득을 무시할 수 없게 돼 기업 지배구조개선 등 긍정적인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LG화학 물적분할 ‘진땀’…국민연금 반대의견 이끌어
1일 LG화학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 설립을 위해 전지(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확정했다. 이에 12월 1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다.

LG화학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동관 대강강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 분할안이 승인됐다.

소액 개인 주주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데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반대표를 결정했지만 총 의결권 기준 63.7%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LG는 ‘진땀’을 흘렸다.

LG화학 소액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LG 성토 글을 올리고 청와대 게시판에도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런 개미들의 반발에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 반대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반대 결의를 발표하며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에 불만을 표시해온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 여론에 반대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대주주 10억→3억으로 강화…여당서 기준 유예ㆍ완화 압박

동학개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증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로 2030세대와 여론 형성에 큰 목소리를 내는 주부 투자자들이 많다. 대기업까지 긴장하게 만든 개미들은 정부와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는 정책이 발단이 됐다. 동학개미군단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넘게 참여하며 세를 과시했다.

홍 부총리는 동학개미의 집단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따른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강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야당도 아닌 여당인 민주당이 대주주 기준 유예 또는 기준 완화를 주장하며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하는 정부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관련해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야당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30일 정부를 향해 “동학개미를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학개미를 죽이지 말라. 정부는 대주주 자격요건 하향을 철회하고 거래세 인하 로드맵을 제시하라’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전문가, 기업 투명한 경영정책 유도…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

일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편승하거나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사업 보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몰두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라고 하면 단기매매 차익만을 노리면서, 회사 가치에 관심이 없다고 이해가 됐었지만 최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도 목소리 낼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개인투자자들을 고려하면서 투명하고 전체 주주를 위한 경영정책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배당이나 자사주, 유후 자산에 대한 처분이나 활용등 다양한 의견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기업 승계 과정에서 합병이나 분할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도 “그동안 정부나 기업은 일방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설득이 우선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영진과 대주주들만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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