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막히자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건축보다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사업 절차가 간편하고 속도도 빨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 소식만으로도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성동구 금호동 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는 지난달 30일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이 단지는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를 시작한 후 불과 3개월만에 조합 설립 동의율(66.7%)을 초과 달성하며 리모델링 추진에 높은 열의를 보였다.
추진위는 이달 중 성동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승인을 받고 향후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빠른 사업 진행 속도에 매매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형은 현재 10억6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지난 9월 최고가인 9억6000만 원에 거래된지 2달도 안돼 1억 원이나 오른 것이다. 같은 단지 전용 84㎡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13억 원으로, 역시 지난 9월 11억95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지도 좋고 대단지여서 리모델링만 되면 아파트 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모델링 추진 이후 실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추진 소식 만으로도 가격이 들썩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오롱과 강촌아파트가 최근 공동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는 소식에 매수 문의가 몰리며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강촌아파트 전용 84㎡형은 현재 18억~18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월만 하더라도 16억 원에 최고가 거래됐었다. 같은 단지 전용 114㎡형은 현재 20억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촌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3년 전에도 통합 리모델링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최근 리모델링 이야기가 다시 나오며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에 추진하는 리모델링 사업이 제대로만 진행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이촌동 이촌현대아파트의 리모델링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이례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자사의 고급 브랜드인 '르엘(LE-EL)' 적용 방안을 제시하며 시공권을 따냈다. 지난달 현장설명회를 열어던 현석동 밤섬현대 리모델링 사업에는 GS건설이 관심을 보였다. 자양동 우성1차 리모델링 시공사로는 포스코건설이 유력하다.
앞서 언급한 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조합설립 총회에 축하 화환과 현장 요원들을 지원하며 사전 유치 활동에 나섰다.
현재 서울에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단지는 모두 45곳으로 이 중 21곳이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 여건이 좋지 않아 일단 사업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나서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리모델링에 대한 조합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사업지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