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석유를 이용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앞으로 석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배럴당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노부오 다나카(Nobuo Tanaka)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9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에너지전망 2008 보고서' 발표회에서 "2015년까지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0달러 수준, 2015~2030년에는 평균 120달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나카 사무총장은 이어 "유가의 단기 급등락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향후 1~2년간 유가 변동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IEA 전망치는 2007년을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제거한 불변가격이며 명목가격 기준으로는 2030년에 배럴당 평균 206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나카 사무총장은 또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에너지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석유 등 에너지자원 확보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금융위기로 유전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중단 또는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의 투자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미 개발돼 생산을 하고 있는 유전의 고갈 이 확대돼 석유 공급위기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E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유공급이 2007년 일일 8400만배럴에서 2030년 1억600만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 증가분 대부분은 천연가스액(NGL)과 비재래 석유에서 발생하고 재래 석유 증가분은 일일 50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유전 개발에 따른 원유 생산 증가량은 대부분 기존유전의 고갈로 인한 생산 감소량으로 상쇄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금융위기로 유전개발에 대한 신규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유전의 고갈로 인한 생산 감소량을 회복하지 못해 공급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다나카 사무총장은 내다봤다.
다나카 사무총장은 "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에너지) 공급은 수요를 빨리 따라 잡을 수 없다"며 금융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의 타격을 덜 받은 아사아지역 국가에서 저탄소 에너지기술 등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현재 부여하고 있는 에너지보조금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나카 사무총장은 "에너지 수요 증가, 특히 비OECD의 증가는 에너지보조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와 관련된 세금을 줄이지 말도록 각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며 "에너지보조금을 줄이는 문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거래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IEA보고서에 따르면 석유수요는 연평균 1% 증가해 2007년에는 1일 8500만배럴이었지만 2030년에는 1일 1억600만배럴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연가스와 석탄수요도 각각 연평균 1.8%,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발전연료 가운데 석탄에 이어 두 번째 전력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IEA는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에너지 공급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2007~2030년간 모두 26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현재의 에너지 공급 인프라를 교체하는 비용만 전체 투자액의 50%가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석유 수요증가세에 대응하려면 2030년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의 생산능력의 6배에 이르는 1일 6400만배럴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고 IEA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