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과 혁신 사이에서

입력 2020-1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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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벼리 산업부 기자

생사만 알고 지내던 지인과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기자 일을 하고 있으며 산업부에서 정유ㆍ석유화학 등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자, 대뜸 묻는다.

"우리 회사 괜찮겠냐?"

지인은 알루미늄을 양산하는 모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내력이나 규모 등 업계에서는 나름 손꼽히는 업체다.

그런데 최근 발주되는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고민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주력으로 삼아왔던 포장재, 건축재 등 제품들은 최근 친환경 이슈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소재 중 하나로 주목을 받으며 수요가 늘어난 건 호재였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로 향하는 물량의 비중이 점점 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배터리 업체들이 발주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발목을 잡았다. 배터리의 경량화를 '지상명령'으로 삼은 업체들이 알루미늄 제품에도 기술혁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혁신이 하루아침에 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오랫동안 꾸준한 수요로 돈을 벌어오며 타성에 젖은 지인의 회사는 더욱이 둔감했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일찌감치 방향을 돌렸고, 이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만이 답이다."

이런 식의 경구들은 하도 들어 이제는 고리타분하게 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탄탄한 인프라로, 스타트업 등 소규모의 기업들은 무모하지만, 도전적인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투자 유치로 급변하는 환경에 서둘러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과 혁신, 두 동력이 모두 부족한 '전통적 강자'들이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변혁의 동력을 상실한 이들은 앞으로 닥칠 변화의 파도에 맥없이 스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답 대신 술이나 한잔 더 권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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