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선 때처럼 막판 표심 변동 조짐 없어...그러나 현장투표가 변수
백인 여성층의 견고한 바이든 지지·트럼프 성과 평가 등 달라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지에서 외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져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재선의 꿈’을 놓지 않았다. 되레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는 가짜”라면서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2016년 대선 때처럼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길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한 가지 비보가 날아왔다. 대선 막바지까지 승패의 열쇠를 쥔 격전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변이 있었던 2016년 대선 당시에는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이 단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로 기울었는데, 이번에는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주요 12개 경합주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친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51%와 46%로, 지난주에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거의 변동된 것이 없었다. 투표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나 상대 후보로 갈아탈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응답도 각각 1%에 그쳤다.
이는 4년 전 대선 때와 차이가 두드러진다. 유권자들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공고히 했으며, 이에 따라 투표 직전의 커다란 민심 변동 또한 포착되지 않았다. 공화당 성향의 여론조사 전문가 빌 맥인터프는 “막판에 어느 후보에게 큰 변화가 없는지 지켜보려 했으나, 우리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이번 선거구조가 매우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 대선과의 차이점으로 △바이든 후보를 향한 부동층의 강한 지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성적표를 꼽았다. 맥인터프는 “바이든 후보는 4년 전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백인 여성 등 부동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여론조사 전문가 제프 호잇은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록이 2016년에는 없던 방식으로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다”며,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성과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또 하나의 차이점으로 들었다.
맥인터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희망은 지지자들이 빠짐없이 선거 당일 투표소에 나타나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데이터에서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현장투표율이 증가할지가 관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이고, 현장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 전날 주요 격전지를 돌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나가서 투표하라. 그것이 내가 요청하는 모든 것”, “당신의 한 표로 감세, 규제 완화, 위대한 경찰 지원 등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은 당신들을 경멸하고, 당신들의 자식들에게서 ‘아메리칸 드림’을 빼앗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라를 움직일 열쇠를 주는 한 표”라며 “바이든 후보를 위한 투표는 당신을 침묵시키고, 검열하고, 처벌하려는 세계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부유한 자유주의 위선자에게 정부 통제권을 넘겨 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선거 당일 날씨는 현장투표가 유리한 트럼프를 돕는 듯하다. CNN방송은 3일 미국 국토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보다 따뜻하고 화창한 가을 날씨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경합주인 북부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1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으며, 남부 선벨트 지역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노스캐롤라아나주 샬럿의 낮 최고 기온도 각각 26도와 18도로 예상됐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온화하고 건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 당일 날씨가 현장 투표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