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애 폭망하고 통장 잔고 바닥일 때 읽을 책

입력 2020-11-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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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민음사 펴냄/ 1만6000원

일상의 어느 특정 순간, 울분이 가슴 속에 마구 차오를 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 연애가 망해버렸을 때, 모든 걸 다 접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 책'을 펼쳐봐야 할 것 같다.

사표를 던지고 싶다면 실제로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다. 자신을 잊고 너무나 헌신적으로 살아온 나머지 자신이 아닌 뭔가가 돼 버린 건 아닌가? 그렇다면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다. 정말 사표를 쓰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각오가 그만큼 단단하고 의미 있는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보며 점검해 본다.

저자가 소개하는 52권의 책은 태고의 고전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부터 시작해 19세기와 20세기를 아우르는 명작들과 SF 소설, 최근 부커 상 수상작인 '밀크맨'과 노벨 문학상 수상작 '방랑자들'에 이른다. 문학 외에도 '엘러건트 유니버스' '수학의 확실성' 같은 과학책과 '논어' '아라비안나이트' 등의 일견 하드한 책들이 지닌 의외의 유용함과 아름다움도 깨닫게 된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를 붙잡아 주는 튼튼한 닻과 같은 고전 문장들은 넘치게 많으나, 거기까지의 진입 장벽은 너무나 높다. 친근한 언어로 고전 독서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려는 책은 많지만, 그 진수까지 꼭꼭 씹어 새기는 알찬 사유와 충실한 구성의 독서 에세이는 의외로 흔치 않다. 책은 제목만 들어도 어깨가 움츠러드는 고전들을 즐겁게 소개한다. 꼭 필요한 운명적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화살표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제,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이 환란과 역병의 시대를 견디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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