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을 언론에 처음 알린 이른바 '제보자X' 지모(55) 씨가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증인 출석 요구에 연속해서 불응했다. 지 씨를 포함한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어지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 등으로 요란했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재판은 두 달 넘도록 공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4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와 백모(30) 채널A 기자의 공판을 열었으나 지 씨를 비롯한 증인 4명이 모두 불출석하면서 20여 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지 씨는 이미 여러 차례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재판부가 지난달 구인장이 발부됐는데도 재판을 앞두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는 이 전 기자와 공모한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를 받기 전에는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 씨는 "한 검사장의 검찰 조사나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가 증인신문에 응한다는 것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당사자가 진실 왜곡에 스스로 나서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인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증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기자가 채널A에 재직할 당시 법조팀장 등 3명의 증인 신문도 예정돼 있었으나 모두 출석요구서가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아 불출석했다.
백 기자의 변호인은 "지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불출석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고 채널A 관계자들 역시 나오지 않아 절차가 공전하고 있다"며 "신문이 필요한지 검토해서 선별적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부장판사는 "재판 절차에 여유가 없다"며 "검찰은 신청한 증인들이 출석하도록 협조를 구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 측이 신청한 보석에 관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보석심문은 지난달 19일 열렸다.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은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후엔 재판 참여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는 한 검사장의 이름이 34번 기재됐으나 공범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다.
이 전 기자는 올해 2~3월 후배 백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하고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부장판사는 이날 불출석한 채널A 관계자 2명의 증인신문 일정을 19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로 각각 잡았다. 지 씨와 채널A 진상조사위원에 대한 증인신문도 16일로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