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내'ㆍ6자회담 회귀 관측
방위비, 수용 가능한 합의안 조율
주한미군 철수ㆍ감축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한반도와 주변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다른 조 바이든 후보자가 취임하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은 새판 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으로 대표되는 한미동맹의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바이든은 ‘공조’에 방점을 두고 있어서다.
우선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현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조되는 협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지칭하고 있어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이 중심인 트럼프의 톱다운(Top-Down) 방식과는 반대로 실무협상팀 중심의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상 간 ‘빅딜’을 선호했던 김 위원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새로운 실무협상팀을 꾸리는 동안 북한이 기선제압용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인내 시즌2’ 시작될 수도 =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 관련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는 ‘전략적 무시’가 핵심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접근 방식인 다자간협상 틀을 재구축하는 차원에서 6자회담이 복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전략적 인내와 6자회담 복귀 모두 부담이 큰 카드들이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에 돌입할 경우 문 대통령의 대북구상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교류확대는 자칫 리스크를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종전선언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 역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6자회담 남·북·중·러와 미·일이 4:2로 맞서는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 거부하고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혹은 운전자 역할은 실효성이 약화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다만 바이든이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에 따라 기조가 달라질 여지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방위비ㆍ전작권 협상 속도 낼 전망 =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경우 바이든은 한국과의 조율을 통해 조속히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고 있음을 비판해온 바이든인 만큼 무리한 요구보다는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 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오히려 미국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20년 민주당 정강·정책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을 오히려 약화시켰다. 이를 전면 부정하고 외교 재활성화, 동맹 재창조, 미국의 주도적 역할 복원에 나선다”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달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해 완전 철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국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북 정책을 두고 미국과 적극적인 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대응 준비 분주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른 시일 안에 미국을 찾아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의 동향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안팎에선 우리 외교채널이 미 대선 이후 한반도 주변 상황과 한미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미 대선 결과가 전반적인 한미동맹은 물론 안보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비태세에 들어갔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