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에 이번엔 앤트까지, 힘빠지는 공모주펀드

입력 2020-11-05 16:47 수정 2020-11-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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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열풍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공모주 펀드에서 최근 자금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하반기 IPO 최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증시 데뷔에 이어, 바다 건너 역대 최대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중국 앤트그룹의 상장이 불발되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27개 공모주 펀드 설정액이 최근 1개월 사이 3518억 원이 감소했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4개 테마형 펀드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최근 일주일새 328억 원이 공모주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여기에는 중국 공모주 펀드까지 포함된 수치다.

올해 7월 초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잇달아 상장을 추진하자 공모주펀드로 자금유입이 이어졌다. 개인 자격으로는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공모주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펀드로 몰린 것이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1조757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여기에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이 중국판 나스닥 시장인 커촹반(과창판·과학혁신판) 상장을 앞두면서 중국 공모주 투자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이에 국내 운용사들도 관련 펀드 상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8월 커촹반을 중심으로 선전증권거래소의 촹예반(창업판·차스닥), 메인보드, 중소판 등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새내기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를 출시했다. 중국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500억 원어치 물량이 완판됐으며 판매사들의 추가 판매 요청에 동일한 구조의 2호 펀드도 내놓기까지 했다. 브이아이자산운용 역시 기존 ‘하이중국본토공모주플러스 펀드’를 리뉴얼해 지난주 브이아이중국본토공모주 펀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공모주들에 대한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최소 ‘따상’을 기대했던 빅히트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기대를 모았던 앤트그룹의 상장도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의 소환으로 연기됐다. 실제로 국내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뿐 아니라 중국 공모주 펀드에서도 소액이지만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IPO 투자 열풍이 불면서 상당수 투자자가 공모주 투자하는 펀드를 찾았다”면서 “기대를 모았던 빅히트의 주가 부진 앤트 상장 불발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 하락이 펀드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앤트그룹 상장 연기와 관련해 “기존 공모 배정 물량은 모두 환불하고, 이후 약 6개월 이내에 재상장 절차를 통해 공모가를 처음부터 다시 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과열된 청약열기로 인해 공모가가 당초 예상보다 너무 높게 형성됐고, 이로 인해 상장 후 상승폭이 공모주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수요예측부터 새로 시작해 당초보다 낮은 공모가가 추후 결정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일부 악재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IPO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10월 빅히트의 상장 후 주가 추이가 부진함에 따라 공모 청약에 대한 투자심리는 일부 악화됐다”면서도 “올해 11월~12월 공모 절차에 돌입하는 업체 수는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며 2021년 공모 규모는 최근 5년간 IPO 시장이 제일 뜨거웠던 2017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유동성 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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