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 당선 유력 바이든, 트럼프 유산 다 엎을까

입력 2020-11-05 16:39 수정 2020-11-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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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이민·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견해차 심해
내년 1월 취임하면 정책 180도 전환할 가능성 매우 높아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응 정책 달라질 듯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에서 결정된 정책들에 대한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은 기후변화에서부터 이민과 세제,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이에 그가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면, 트럼프처럼 전임자의 정책을 180도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달라지는 전염병 대응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책이 달라질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4004명에 달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동안 트럼프는 효과적 코로나19 백신을 찾는 데 우선순위를 뒀고, 경제활동을 봉쇄하는 대신 지속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백신 개발과 제조, 유통을 가속화하기 위한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라는 민관 파트너십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바이든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국가적인 검사와 추적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국민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도록 정기적인 무료 테스트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장 수를 두 배로 늘리고 가정 내 테스트, 즉석 검사 등 차세대 검사 기술에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마스크다. 마스크 착용을 한사코 거부해온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목표로 한다.

국제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미국은 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내년 1월 취임하면 파리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이 기후변화를 절박한 위기로 인식하고 역대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적극적인 환경보호 정책을 제안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제로(0)로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기후변화 정책의 골자는 바로 ‘그린 뉴딜’이다. 그는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약 2264조 원)를 투자한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트럼프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바이든이 미국의 석유산업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확대하고 환경규제 완화를 지속하는 것이 트럼프의 정책 방침이다.

실리콘밸리 공룡들의 운명은

바이든과 트럼프는 거대 IT 기업에 대한 엄격한 감시·감독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 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반독점 조사 등은 누가 당선되든 계속될 것이란 의미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IT 대기업 해체는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T 규제에 나서는 관점은 다르다. 트럼프는 알파벳 산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반(反) 보수 정치 성향으로, 자신과 우파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진영은 소셜미디어 기업이 가짜뉴스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자율주행차량 등 기술 혁신에 위협받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대책도 모색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바이든은 실효세율이 낮은 IT 기업에 대해 최소 15% 세율의 연방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민 문호 더 넓어질 듯

트럼프는 임기 내내 거의 모든 종류의 이민을 줄이려 했으며 국경장벽 건설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아예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은 자신이 집권하면 트럼프 정권의 현 이민정책 거의 모두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어린 시절 부모와 불법 입국한 젊은이의 체류를 인정하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은 바이든 정권하에서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강경책 유지될 듯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는 같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일부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유지하고 이를 중국과의 무역협상 지렛대로 삼을 방침이다. 바이든은 대중국 관세를 당장 폐지하지는 않을 전망이나 재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는 중국에서 1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탈환하는 등 공장의 미국 복귀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큰 압박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미국 통상 정책은

WSJ는 바이든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무역 부문에서 관세를 이용할 것이나, 특히 환경보호와 관련된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그는 ‘탄소 조정 수수료’를 제안했다. 즉,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충족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수입 할당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취임 첫날 탈퇴를 표명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무역협정에 대한 거부감은 만만치 않다. 이에 그는 먼저 TPP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세계무역기구(WTO)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권은 WTO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막아 무역 분쟁 중재라는 WTO 핵심 능력을 사실상 억제했다. 바이든 고문 중 한 명은 “우리가 정권을 탈환하면 위원 선임 저지를 종료하고 동맹국과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 다자협정에서도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을 고수하지만,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하거나 비판한 국제기구와 조약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협약이다. 미국은 유엔인권이사회와 세계보건기구(WHO)에 다시 합류할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부자는 증세 직면

트럼프와 바이든이 극명한 정책 차이를 보이는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세제다. 트럼프는 2017년 세제개혁법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추가 감세 추진을 표명해왔다.

바이든은 최고 법인세율을 현재의 21%에서 28%로 인상하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올린 수익에 대한 최저세율도 10.5%에서 21%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개인소득세율도 최고 37%에서 39.6%로 인상하고 연간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12.4% 사회보장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원을 늘려 그 돈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와 인프라 재원 등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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