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에는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에도 종이책을 고집하는 특별한 ‘독서왕’이 있다. 배터리 설비 개발을 담당하는 엄주식 프로(4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엄 프로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0월부터다. 그는 당시 ‘나이 40을 앞두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가, 책 속에서 해답을 구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집 근처 인근 서점을 찾았다.
그때 엄 프로가 집어 든 책은 다나카 카즈히코의 ‘38세, 상승과 추락 사이’였다. 책에는 40세가 되기 전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에서 ‘핵’이라 할 수 있는 커리어를 한 가지는 쌓아야 한다는 구절이 쓰여 있었다.
“커리어 중 하나로 독서를 삼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엄 프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시기 그는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라는 독서 관련 책을 접하고 ‘100일에 100권 읽기’라는 목표에 도전했다.
엄 프로는 “실제로 107일 만에 100권을 읽고 독서에 대한 자신감과 스스로 변화한 것을 느꼈다”며 “이때부터 1일 100분 독서를 습관화 했다”고 말했다.
이후 엄 프로는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6시부터 6시 40분까지, 출근 후 7시 30분부터 8시, 그리고 퇴근 후 22시부터 22시 30분까지 독서에 집중한다. '하루 100분 독서'로 지난 7년 동안 1000여 권 이상의 책을 독파했다.
급여의 10%는 책 구입에 지출한다. 신간은 물론이고 천안과 대전 일대 중고 서점을 찾아 한달에 읽을 책을 수십 권 구입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저자와의 대화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에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엄 프로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을 꼽았다. 그는 “‘불평을 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적당히 불편함에 만족하고 있다’는 구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이 시기 운동을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헬스, 하루 1만 보 걷기 등을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시작의 기술’은 사내 소통채널에 북톡(Book-talk) 콘텐츠로도 소개됐다. ‘업무적인 스킬 뿐 아니라 독서 습관까지 본받겠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하다’는 등 60여 건의 공감 댓글도 달렸다.
책에서 얻은 교훈들은 열정적인 회사 생활의 밑바탕이 됐다. 2018년 설비 전문가 위탁교육 최고과정 중 하나인 FE-Pro(Facility & Equipment Professional) 과정을 최초로 수료하는 등 최고의 설비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 프로는 현재 가진 목표에 대해서 “설비 분야에서 최고의 엔지니어로 자리 잡고, 배운 것들을 책으로 집필하고 싶다”며 “재능기부 강의 등 청소년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