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日 중심 亞전략 복귀…스가, 발빠르게 “바이든 축하”

입력 2020-11-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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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본) / “보호무역 어느 정도 후퇴할 것” 경제계도 긍정적 시각 많아

8일 새벽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바이든의 승리로 굳어졌다는 CNN 등 외신보도가 나왔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해 선거인단이 273표가 되어 과반수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완전히 끝이 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바이든이 과반수의 선거인단을 얻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법정투쟁을 선언해 불복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의 기축인 미일동맹에 대해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충분히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도 신뢰관계를 구축해 보다 굳건한 미일동맹을 지향하겠다고 말해왔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제휴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과 함께 일본인 납치문제 등 북한을 둘러싼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싶은 생각이다. 한편, 향후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를 둘러싼 미일 간 교섭이 본격화되는 등 당면의 과제들에 있어서는 대선 결과가 미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8일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굳히자 트위터를 통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일본어와 영어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미일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자유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가 이렇게 빨리 바이든에 축하를 표한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바이든에게 언제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가를 놓고 일본 정부는 애초 고민에 빠졌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속속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스가 총리는 언제 바이든에게 축하의 뜻을 표할지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투쟁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스가 총리는 바이든에게 쉽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국제저널리스트 다카하시 히로스케(高橋浩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대접전을 연출한 2000년 11월 대선은 격렬한 정치적·법적 투쟁을 거쳐 같은 해 12월 13일 고어가 패배를 선언하면서 부시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었다. 당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12월 14일에서야 겨우 부시에게 축의를 표한 바 있다”며 스가 총리도 상당히 늦게 바이든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스가 총리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과 잘 지내겠다”고만 이야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정부의 관계를 생각할 때 바이든에게 축하의 뜻을 표하는 타이밍을 잘 판단하는 것이 일본 정부로서 중요한 일이었다. 잘못 축의를 표했다가는 임기가 남아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가총리는 과감하게 축하 메시지를 바이든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없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의 승리가 보도되기 전에 “일본과 비교하면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여러 민족이 모여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선거전에서의 분단 사태에 주목해 왔다”고 말해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살짝 표명했다.

아소 부총리는 7일 각료회의 후 “미국 대통령은 세계 200여개 국 가운데 가장 힘이 있는 국가원수다. 일본과는 방위상 경제상 관계가 깊은 나라이므로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든 간에 강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재무상도 겸하고 있어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질 경우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테기 외상도 같은 날 “미일동맹은 일본 외교의 기축으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 미일동맹 강화에 힘쓰는 동시에 긴밀히 연계해 나갈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일본의 주요 각료들은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원칙론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한편, 미 대선 결과가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연구원은 “선거 결과 판명 지연이나 선거 후의 혼란은 과거에 사례가 많지 않은 위험요소가 된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된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베스코에셋매니지먼트의 기노시타 도모오(木下智夫) 연구원은 “바이든 승리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보호주의적 움직임이 후퇴할 것이고,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미중 관계 악화는 계속될 것이지만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다. 바이든이 동맹국과 공조해 나간다고 주장하는 것도 일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낫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를 강요해 결과적으로 한국을 중국과 결별시켜 심한 한중 갈등을 만들어 낸 것이 오바마 정부였고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었다. 일본에 있어서 바이든 정부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략으로 미국이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여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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