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EU,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대서양 관계 개선 기대

입력 2020-11-08 18:54 수정 2020-11-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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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유럽) / 對중국 정책, 나토 방위비 분담, 기후변화, 통상분쟁 등 구조적 갈등 그대로

“차기 미국 정부와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 미국과 EU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 뉴딜을 위한 협력에 투자하고 싶다.”

우리 시각으로 8일 자정이 조금 지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자로 선언되자 독일의 하이코 마스(Heiko Maas) 외무장관은 이렇게 트윗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명확한 개표 결과가 나와서 좋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독일은 올해 후반기 유럽연합(EU)의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다. 마스 장관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투표 사기’라며 수 십 건의 대선 관련 불복 소송을 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의식해 ‘개표 결과’라는 단서를 달며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바이든 정부와 협력을 고대한다”며 축하했다.

EU 27개 회원국 대다수는 바이든의 당선을 원했다. 트럼트 집권 4년 간 양자 관계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유럽’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희망에 차 있다. 그러나 양자 관계가 개선은 되겠지만 구조적인 갈등 요인은 여전하다.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다자주의 파괴에 맞서 EU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를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의 기후변화협약인 파리조약에서 탈퇴했다. 바이든은 취임한 날 바로 이 조약에 재가입하기로 공약했다. 지나치게 친중국적이라고 규탄하며 미국이 탈퇴한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곧 가입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기구 상소심 기능을 정지시켰다. WTO의 기능 복원도 다시 이뤄질 듯하다. 2년 전 트럼프가 탈퇴한 이란 비핵화 협정에도 미국이 다시 가입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된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앞장서 파괴해온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어느 정도 다시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미국과 유럽 간의 구조적 갈등 요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게 대중국 정책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막론하고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은 초당적인 합의가 돼 있다. 바이든은 EU와 협의해 중국에 국제규범의 수용을 요구하는 식으로 공동전선을 펼 가능성이 높다. EU는 지난해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했고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제한적인 협력만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에 공감하지만 EU는 그래도 미국과 차별되는 봉쇄와 포용을 적절히 조화시킨 독자적인 중국 정책을 시행해 왔다.

유럽은 아직도 미국에 안보를 의존 중이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돈벌이에 활용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중시할 것이기에 공개적으로 동맹국들을 드러내놓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이 중심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방위비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해서 압력을 가할 듯하다.

기후변화 대책을 선도해 온 EU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탄소국경세 법안을 마련 중이다. 무역에서 탄소를 순수출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통상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차세계대전 후 미국과 EU는 함께 ‘서구’를 구성해 국제정치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활동해왔다. 대서양을 맞대고 있어 양자 관계는 ‘대서양 관계’로 불리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핵심 축의 하나였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우선정책 때문에 미국과 EU는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서양 관계는 개선된다. 하지만 구조적인 갈등 요인은 여전하기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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