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바이든의 미국, 전략적 선택 기로에 선 한국

입력 2020-11-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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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미국 대통령이 선출되고 취임에 이르는 과정은 복잡하다. 4년마다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올해 11월 3일)이 선거일이다. 1845년 정해진 날짜다.

유권자는 이날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고, 그 결과로 주(州) 단위 선거인단의 선택이 결정된다. 선거인단은 주별 2명씩인 상원의원과 인구에 비례한 하원의원을 합친 숫자와 같다. 전체 선거인단은 50개 주 상원의원 100명과 하원의원 435명, 특별히 수도인 워싱턴DC의 선거인 3명을 더한 숫자인 538명으로 고정돼 있다. 각 주의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를 채택한다. 예외적으로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 수를 배분한다.

정식 선거는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의 첫 월요일(12월 14일) 이뤄진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주도(州都)에 모여 이미 정해진 후보에게 표를 준다. 투표함은 워싱턴으로 옮겨져 다음 해 1월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열린다. 최종 결과가 공표되고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다. 새 대통령은 1월 20일 공식 취임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다.

미국 46대 대통령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유권자 투표의 개표 닷새 만에 선거인의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승패가 갈리면 패배자의 깨끗한 승복이 미국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은 이를 깨고 불복을 선언했다. 재검표 요구와 함께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이번에 급격히 늘어난 사전 우편투표를 선거 전부터 계속 문제 삼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우편투표가 많았다. 분열과 갈등 조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끊임없는 돌출 언행을 일삼은 트럼프에게 애초 정치의 품격은 없었다.

혼란은 잠시일 것이다. 이제 바이든의 시대다.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트럼프는 지난 오바마 정권 지우기에 집중하면서 미국 우선의 일방주의와 동맹 기반 약화, 폐쇄적 인종주의로 치달았다. 앞으로는 반(反)트럼프가 주된 기조가 될 공산이 크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정책은 국내적이든, 대외적이든 세계 모든 국가에 지대한 파장을 몰고 온다. 국제 정세와 안보, 경제의 핵심 변수다. 특히 안보를 미국에 기대고 북한의 비핵화가 최대 현안인 데다, 미국의 중국전략이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정권교체 자체가 엄중한 불확실성의 시련이다.

바이든은 동맹의 복원을 내세웠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일괄타결을 모색한 협상에 부정적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세 차례 회담은 깜짝 이벤트에 그쳤을 뿐 비핵화의 진전과 거리가 멀었다. 바이든은 김정은과의 대화 조건으로 확실한 핵능력 축소를 전제했다. 북은 핵폐기 의지가 없다. 바이든의 원칙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사라지고 북미 간 대치는 심화할 것이다. 북은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한반도 중재자로 북한과 대화와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 매달리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도전은 통상정책이다.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개방·자유무역 질서를 부정했다. 바이든은 다자주의 협력과 규범 중심의 통상을 강조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미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중국 고립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패권과 미래 선점 전략의 핵심인 까닭이다. 압박의 강도가 완화된다 해도 무역과 기술, 안보를 연계하는 전방위적인 중국 봉쇄는 일관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쿼드플러스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 인도태평양 연대, 반중(反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로 부상하고 있다. 안보와 통상을 분리할 수 없는 구도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우리 외교의 줄타기식 모호성은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에게 이보다 큰 딜레마도 없다.

한국 외교와 경제가 전환기적 변혁에 직면했다. 우리의 국제 좌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 방향을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결국 안보든 경제든, 중국이 우리에게 있어 항구적 공존과 협력이 가능한 나라인지부터 묻는 게 출발이다. 중국은 사드보복에서 보듯, 주변국을 하찮은 변방으로 취급하면서 끊임없이 찍어누르고 굴종(屈從)을 강요한다. 그 일방적 패권주의야말로 우리 안보와 경제의 최대 위협이다. 바이든의 동맹 재구축은 한국에도 동맹국으로서의 확실한 책임을 뜻한다. 피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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