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년 혹은 8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바뀌어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권 교체 시에는 4만5000명에 달하는 정부 직원들이 각 부처에서 물러난 후 밖에서 새 정부를 지탱할 많은 사람이 각 정부 기관에 등용돼 정권에 입성한다. 사람들이 바뀌면 정권 교체에 실질적 정책 변화를 초래하는데 백악관과 각 부처에서 4만5000명이 바뀐다는 것은 엄청난 대이동이다.
11월 초 대선에서 당선된 승자는 그다음 해 1월 20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정권 전환팀을 구성해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원활한 정권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바이든 진영도 투표일 직후부터 정권인수팀 웹사이트 ‘BIDEN-HARRIS TRANSITION’을 발족해 준비를 시작했다.
바이든 정권인수팀의 고관들이 지금까지 어떠한 주장을 폈는지를 보면 새 정권이 어떠한 정책을 취할지 대충 예측할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차기 국방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사람이 미셸 플러노이다. 그는 여성이고 버락 오바마 전 정권에서 국방부 차관을 맡았다. 선거 때부터 바이든의 외교 고문으로 공개석상에서 발언해 온 토니 블링켄도 백악관 보좌관 혹은 국무부 고위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블링켄은 오바마 정권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었다. 그리고 오바마 시절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제이크 설리번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아시아 정책의 중심인물이었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명이 거론되는데 그 대부분은 오바마 정권의 고위 관료였던 사람들이다.
적지 않은 일본인은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가 안하무인의 행보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당선을 기뻐했고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미·일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권의 대일 정책은 어떻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는가.
전술한 바와 같이 바이든 정권의 외교담당 예정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오바마 정부의 고위 인사였고 바이든 자신도 오바마 정부에서 외교를 잘하는 부통령이었기 때문에 바이든 정권의 외교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바이든 정권의 구체적 대중 정책에는 플러노이 국방장관 후보자의 견해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플러노이는 외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아시아에서의 전쟁을 막으려면’이라는 글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자국의 군사력에 투자해야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군의 영속적 존재를 강화해야 하며,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맹국들과 정기적으로 군사 훈련을 실시해 새로운 능력정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동맹 재구축, 동맹 강화’가 민주당 진영의 키워드이자 대중국 정책의 열쇠다. 한국과 일본에 고액의 미군 주둔 경비를 요구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탈을 암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동맹 경시’라고 바이든 진영은 계속 비판해 왔다. 지난 8월에 나온 민주당 강령 중에서도 동맹 강화가 명시됐다. 바이든 정권의 대아시아 전략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의 힘을 빌려 중국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데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미군 주둔 경비 4~5배 증가라는 터무니없는 청구서를 일본에 내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8월 민주당 강령에서 밝힌 것처럼 바이든은 지역 안보에 더 큰 책임과 공평한 부담을 지도록 동맹국들에 촉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일본에 자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과 일본에 호주와 인도를 포함한 4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정례화되었고 4개국 군사훈련이 현실화한다.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강화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정권은 아베 신조 전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되풀이해 왔다. 일본에서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목표로 조만간 ‘방위 계획 대강’이 개정될 예정인데 핵심은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전임자인 아베보다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갖고 있다.
종합적으로 바이든 차기 미국 정부의 대일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이에 기능했던 정상관계 중시로부터 오바마 정권과 같은 실무적 관계 중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대화의 초점이 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의 일본 측 부담을 둘러싼 교섭에 대해서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실무자에 의한 교섭을 중시하는 자세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즉 일본의 전문가들은 일본 측 방위비 부담액수에 대해 바이든 정권이 트럼프처럼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