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기업 시총, 이틀 만에 289조원 증발…당국 독점 규제 추진 악재

입력 2020-11-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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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플랫폼 독점적 행위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알리바바 주가 8.3% 폭락…마윈의 정부 비판에 미움 단단히 사
광군제 전날 새 규제 발표

▲알리바바그룹홀딩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최근 5거래일간 주가 추이. 10일(현지시간) 종가 266.54달러. 출처 마켓워치
▲알리바바그룹홀딩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최근 5거래일간 주가 추이. 10일(현지시간) 종가 266.54달러. 출처 마켓워치
중국 대표 IT 기업들의 주가가 이틀째 폭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인터넷 업계의 독점 행위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면서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텐센트홀딩스 등 중국 대표 IT 기업 시가총액이 이틀에 걸쳐 약 2600억 달러(약 289조 원) 증발했다고 1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인터넷 플랫폼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특정 플랫폼이 판매자에 자신과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쇼핑 이력과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된다. 민감한 소비자 데이터 공유에 대한 공모, 작은 경쟁자를 축출하려는 담합,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덤핑 등 플랫폼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반경쟁적 행위들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30일까지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 독점금지법 개정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인터넷 업체가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되는데 그쳤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불법 행위를 규정해 알리바바 등 IT 대기업에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소식에 미국과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주요 IT 기업 주가가 이틀째 폭락했다. 알리바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날 8.3% 빠졌다. 홍콩증시 상장 알리바바 주가도 이날 8% 이상 폭락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JD닷컴의 ADR도 5.6% 급락했다. 홍콩 상장 기술기업 주가를 종합한 항셍테크인덱스는 이날 5.6% 급락으로 오전장을 마감해 2거래일간 하락폭이 10%에 달했다. 텐센트 주가는 홍콩에서 5% 이상 하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새 움직임은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기대를 한껏 모았던 앤트그룹의 중국 상하이와 홍콩 동시 상장이 전격적으로 무기한 연기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리바바와 앤트를 설립한 중국 IT 업계 거인 마윈이 최근 정부와 공산당을 비판해 미움을 사게 된 것이 당국이 철퇴를 들게 된 이유가 아니냐는 관측도 떠오르고 있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리스크 방지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면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해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그 자리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도 있었다.

당국이 알리바바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독신자의 날)를 하루 앞둔 전날 IT 기업을 정조준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하이 소재 로펌 조인트-윈파트너스의 존 둥 변호사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처음 읽었을 때 말 그대로 숨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특히 광군제를 하루 앞둔 타이밍은 거대 기술기업을 뜯어고치겠다는 당국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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