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에 그친 택배기사 분류작업·산재가입…'갑질방지'엔 한계

입력 2020-11-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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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택배기사 과로대책' 내용·반응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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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수료 인상 등 처우개선 검토"
노조 "표준계약서로 분류작업 전가
원청 책임 덜고, 기사 부담 유지된 꼴"

정부가 12일 심야배송 제한, 주5일 근무제 확산, 분류작업 개선 등을 골자로 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노동계는 택배기사들의 잇따른 과로사 문제를 해소할지에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정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동안 논의가 진척돼온 원청(택배업체)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 의무화, 산재보험 적용제외(미가입) 완전 폐지 추진 등은 후퇴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원청의 책임 부담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 이용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택배 업무가 가중된 택배기사들이 과로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택배기사의 1일 평균 작업시간은 12.1시간으로 일반 근로자(주 40시간 기준 1일 8시간)보다 길고, 일요일·공휴일 외 휴무가 없는 실정이다. 질병 등의 상황에도 별도의 휴가가 없이 일하고, 고용·산재보험 안전망에도 취약하다. 1일 평균 작업량은 약 250건(배송 및 분류업무)에 달하는 등 작업 강도 또한 상당하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올해에만 10명의 택배기사가 업무과로 등으로 사망했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택배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주간 택배기사의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에 대해서는 앱 차단 등을 통해 제한하도록 택배업체에 권고한다. 또 택배기사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토요일 휴무제 등 주5일 도입 확산을 유도한다.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 원인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은 노사 의견수렴을 통해 명확화·세분화하고, 이를 표준계약서(내년 상반기 마련)에 반영해 개선할 방침이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택배사는 배송 업무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어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수수료 인상도 검토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는 1건당 8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배송 수수료가 하락할수록 택배기사는 소득 유지를 위해 배송을 많이 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논의에 착수해 내년에 가격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가입도 확대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강요 문제 해소를 위해 원칙적으로 택배기사 본인이 직접 제출토록 하고, 적용제외 사유를 질병·부상,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축소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한다.

해당 대책들이 시행되면 택배기사들이 장시간·고강도 노동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택배기사들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는 환영할 일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택배기사들이 요구해온 사안이 많이 후퇴돼 유감스럽다”며 “분류작업의 경우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이 원청에서 분류작업에 인력 투입해 기사들에게 분류일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작 정부는 강제성이 없는 표준계약서에 노사 간 분류작업 분담을 규정하는 것은 원청에 부담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간 여당에서 강조해온 산재보험 적용제외 완전 폐지도 요원해졌다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 산재보험의 원청 책임성을 부각시키면서 적용제외 완전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원청에 부담 없이 대리점과 택시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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