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달러 약세 기조까지…수출기업 연말 실적 ‘이중고’

입력 2020-11-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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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들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에서 이제 막 벗어나는 듯싶었지만 ‘달러 약세’라는 암초를 만났다. 외화부채가 큰 기업인 경우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반도체ㆍ자동차 등 수출 기업은 환율이 10원만 하락해도 대규모 환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가 지속한다는 전망에 기업들도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바이든 시대’ 달러 약세로 나타나

15일 서울 외환시장에따르면 13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80원(0.07%) 오른 1115.6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9일 환율은 112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약 2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이래로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는 사이 원ㆍ달러 환율은 50원이나 급락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급격한 달러 약세는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선 ‘바이든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과감한 경기 부양책은 달러 유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자금도 늘면서 금융 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선호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은 달러 약세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당장 수출 부문에서 미국의 무역관련 정책 기조와 함께 재고의 재축적 이슈로 인하여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환경”이라며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로 원화가치 강세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업계, 코로나에 달러 약세까지…‘이중고’

이처럼 달러 약세가 지속하자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국내 대표적인 수출 산업은 웃지 못한 상황이 됐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해지더라도 급격한 환율 하락은 환손실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 업계의 장밋빛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9월 대우조선의 ‘단비’ 같은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 LNG선 발주에 대한 조선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물동량 감소, 선사들의 투자 지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4분기 달러 약세까지 가세하자 증권가는 환헤지를 하는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 조선소는 실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신규수주가 급감하면서 수주잔고가 부족해진 조선사 간의 수주 경쟁이 신조선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화선가 상승이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7월까지 12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1130원 밑까지 하락하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등 매출 대부분을 외국에서 거두는 전자 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4분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과 화웨이 반도체 판매 감소, 3분기 세트 부문 출하량 급증에 따른 조정 과정 등으로 매출은 전분기보다 감소한 64조 원대, 영업이익은 10조5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올 4분기에는 출하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및 평균판매가격(ASP) 하락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6490억 원과 8599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달러 약세, 시장 여파 크지 않을 것”

달러 약세 속 기업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오히려 향후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는 환율 동향보다 ‘국내외 경기 흐름’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양호한 국면에서 한국 제품 수요가 높아진다면 사실 환율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하락으로 단가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시장이 구매를 포기하지 않는다”며 “반대의 경우 역시, 단가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안 살 제품까지 대량 구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수출 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는 세계 경기 상황이지 환율 변동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달러 가격이 국내 시장에 바로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도 아니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원화의 경우 실질 실효환율 측면에서 6%가량 고평가된 상황”이라며 “수출기업들의 수출부담 원·달러 환율은 대기업 1000원, 중소기업 1100원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이 시장 예상보다 급격하게 하락한 경우에 수출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지윤 연구원은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분기 초 시장 예상치를 밑돈 상황에서 코스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예상치를 -10% 이상 밑돌 확률이 44.4%로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며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환율이 펀더멘털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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