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家 개인회사, 계열사 일감 받아 매출 6600억 올려

입력 2020-11-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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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매출액의 18.7% 차지…오너가 배당금 지급·지배력 강화로 연결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로 오너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기업들이 지난해 내부거래(계열사 간 상품·용역 거래)를 통해 66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다.

내부거래로 매출과 기업가치를 불린 일부 오너가(家) 회사는 거액을 배당하거나 그룹 지주사나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별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면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한 회사 41곳이다.

이들의 총매출액은 3조542억 원으로 이중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내부거래액)은 6559억 원(전체 18.7%)이었다.

대표적으로 현대가 3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머티리얼은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 등과 거래해 98억8000 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액은 전체 매출액의 4.9%였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그의 자녀, 허 대표의 여동생이 소유한 승산은 매출액의 18.1%(51억7000만 원)를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첫째 동생 허정수 회장이 지배하는 GS네오텍은 지난해 125억6000만 원 규모로 내부거래를 했다.

이들 회사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어 배당금 모두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주면 그 일가의 자산을 불리는 결과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출액의 전부를 내부거래로 올리는 회사도 있다. 한진의 청원냉장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99.6%인 태일캐터링과 내부거래했는데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액 비중이 100%였다. SM의 삼라마이다스, 한국타이어의 신양관광개발, 중흥건설의 중흥종합건설, 애경의 비컨로지스틱스도 마찬가지였다.

한진의 태일통상(91.1%), 부영의 부강주택관리(96.7%), 효성의 공덕개발(93.7%), 애경의 우영운수(90.1%)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일부 기업들은 그룹 주력 회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애경그룹 총수인 장영신 회장과 그의 남편, 아들·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케이아이에스는 매출액의 69.7%(508억6000만 원)를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이 회사는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 10.37%도 보유하고 있다.

OCI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 이화영 유니드 회장 등이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니드글로벌상사는 지난해 매출액의 4.6%가 내부거래였다. 유니드글로벌상사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유니드 지분 25.1%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합리적인 내부거래가 있을 수 있지만 총수 일가의 자산증식,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혹은 이들이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놓은 회사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입법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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