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투입하는 산업은행 “항공통합 안 되면 혈세 4.8조 필요”

입력 2020-11-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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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 받은 5대 그룹 모두 거절
“대한항공과 합병 유일한 탈출구”
정책 자금 줄여 ‘남는 장사’ 강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항공업계 ‘빅딜’에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이 자금은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쓰인다. 산은은 한진칼의 새 주주가 된다. 사실상 산은의 지원금을 기반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이미 두 항공사는 거액의 자금 지원을 받은 상황이라 이번 통합안을 두고 혈세 과잉 낭비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산은은 항공업계의 경쟁 심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상황에 두 항공사의 통합만이 유일한 위기 ‘탈출구’라고 봤다.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 이번 거래는 한진칼 아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순차적으로 품는 구조로 이뤄진다. 산은은 총 8000억 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해 한진칼이 ‘제3자 배정’으로 발행하는 신주 5000억 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3000억 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사들이는 데 쓴다.

한진칼은 산은을 통해 얻은 ‘총알’을 바탕으로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유상증자(한진칼 7300억 원)에 참여한다. 이 주주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는 총 2조5000억 원 규모다. 그중 1조50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사고, 3000억 원으로는 영구채를 인수한다. 앞서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가져오는 방식이 거론됐으나, 실제론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남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금액은 향후 PMI(통합 후 합병) 실행에 필요한 유동성 및 자본확충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종결될 때까지 부족한 자금(1조 원)을 공급할 방침이다. 나머지 필요한 자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에 손을 벌리기로 했다. 산은은 이번 계약이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한다.

◇ 통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한 뒤,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이번 통합안을 고려했다. 한진그룹 외에도 5대 계열 그룹 및 항공사를 경영하는 타 그룹사에도 의견을 개진했으나, 재무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진그룹만 특정하고 거래를 진행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이후 한진그룹이 항공업계의 근본적 경쟁력을 갖추는 차원에서 산은과 뜻을 같이했고, 이번 합병안이 도출됐다.

특히 산업 배경도 한몫했다.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 경쟁력 제고나 노력 없이는 국내 국적 항공사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했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돼왔다. 이번 통합을 통해 탄생하는 국적 항공사는 세계 7위권의 위상을 가질 것으로 산은은 예상했다. 이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2019년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19위)과 아시아나항공(29위)의 운송량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합병 후 통합과정에서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대한 단계적 통합도 이뤄진다. 산은은 “통합된 LCC 규모는 동북아시아에선 최대, 아시아권에선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Second Hub) 구축 및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 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산은은 분석했다.

정책자금 추가 투입에 대한 위험 요소가 고려됐다. 두 항공사를 분리해 운영할 경우 앞으로 추가적 ‘혈세’가 투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이 향후 벌어질 위기를 수습하는 데 쓰일 금액보다는 적다고 봤다.

최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양대 항공사의 체제를 유지하면 2021년 말까지 4조8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출자전환 및 감자 채무 탕감 등으로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조속히 시행해 연말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본확충 및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도 “통합작업은 고용안정과 항공산업의 조기 정상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이바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구조를 만들어 정책자금 투입 횟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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