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고사장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가장 우려되는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의 방역 관리감독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만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통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1352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49만3000여 명이 응시한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도교육청, 방역 당국과 합동으로 수능 방역 대책을 마련해 시험과 방역을 동시에 해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에 대한 방역 관리는 무방비 상태다. 교육부는 수능 당일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에 단위 고사 학교장 재량에 맡겨 세부 방역 지침을 이행하도록 했다.
학교 측은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의 고사장은 마스크 착용 등을 관리할 감독관 없이 운영될 전망이다.
올해 수능 시험장인 서울 A 고등학교 관계자는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에 고사장 내에 감독관을 필수로 배정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은 없었다"며 "감독관을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사전에 안내 방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B 고등학교 관계자는 “쉬는시간까지 고사장에 감독관이 들어가 관리할 수는 없다”면서 “복도에만 방역 관리자를 1명 세워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현장에선 수능 당일 예민해 있을 수험생들에게 방역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올해 수능은 코로나19로 인해 쉬는시간 수험생끼리 모여 있거나 대화를 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만큼 이를 감독할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실 크기에 따라 점심시간에 안전거리가 지켜지는 곳도 그렇지 못한 곳도 있을 수 있다"며 “교육부는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서 식사하고 교실을 환기하는 것 외에 구체적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 수능은 마스크를 벗거나 방역 요원의 지도에 불응할 경우 응시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하고 공통된 (교육부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학교 측에 수험생들에 대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지도를 맡기는 애초 방침에 변함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점심시간과 쉬는시간 세부 방역 관리는 학교마다 규모와 수험생 및 감독관 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에 맡겼다”면서 "학교 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리감독 인력 등에 대해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