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1년 사이 항공업계를 떠난 근로자 수가 800명을 넘었다. 남아 있는 직원들도 월급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상장 항공사(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에어부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9월 말 기준)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만9467명이었던 직원 수가 1년 만에 475명 줄어든 1만8992명에 머물렀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수는 23명 감소한 9042명을 기록했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 근로자 수는 3341명에서 3183명으로 158명 축소됐다. 정규직은 증가했지만 450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짐을 쌌다.
진에어 직원 수는 69명 감소한 1878명에 머물렀다. 에어부산 직원 수는 75명 줄어든 1406명에 그쳤다.
다만 티웨이항공 근로자 수는 21명 늘어난 2251명을 기록했다. 기간제 근로자 164명이 일자리를 떠났지만, 인턴들의 정규직 전환 등 정규직 근로자 증가 폭이 더 큰 데 따른 영향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 이스타항공의 상황을 고려하면 항공업계를 떠난 근로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사들은 인건비를 줄여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까지 연간 급여총액은 9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4%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7% 줄어든 3170억 원에 그쳤다.
대한항공의 감소 폭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22%)보다 감소 폭이 커 인건비를 줄이는 데 더 힘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LC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급여총액도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올해 3분기 급여총액은 △제주항공 1164억 원 △진에어 787억 원 △티웨이항공 733억 원 △에어부산 4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15~22%가량 적은 수준이다.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했다. 1인 평균 급여액이 작년보다 줄었다. 대한항공의 3분기 1인 평균 급여액은 지난해 6290만 원에서 올해 5083만 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800만 원에서 올해 3500만 원으로 감소했다.
LCC의 올해 3분기 1인 평균 급여액은 △제주항공 3700만 원 △티웨이항공 2600만 원 △에어부산 37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제주항공 4100만 원 △티웨이항공 4200만 원 △에어부산 4500만 원이었다.
다만 진에어는 평균 급여가 늘었다. 올해 3분기 1인 평균 급여액은 4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4000만 원에서 증가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를 떠나는 근로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615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달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일부 항공사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만료되면서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변수다. 구조조정에 불안감을 느낀 양사 직원들이 이직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양사 노조는 16일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