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화웨이는 아너 사업을 중국 선전시 정부 산하 기업과 30개 이상의 대리점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컨소시엄은 공동 성명을 통해 “아너 인수를 위해 ‘선전지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새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며, 화웨이는 이 회사에 출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은 아너의 서플라이체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 주도로 이뤄지는 투자로, 소유주가 변경되더라도 아너의 개발 방침 등에는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매각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1000억 위안(16조864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너는 2013년 화웨이가 온라인 판매를 목적으로 론칭한 저가 브랜드로, 자사 웹사이트나 타사 소매점을 통해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7000만 대가 넘는데, 이는 화웨이 전체 판매량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화웨이의 아너 매각 발표는 국가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화웨이는 성명에서 “아너의 공급, 제조, 유통 모두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100만 명 넘는 인원이 실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해외 기업들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시 미국 상무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했다. 사실상 수출 제한으로, 규제 대상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만 무려 152곳으로 알려졌다.
이는 화웨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웨이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매출은 671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 폭이 현저히 둔화한 모습이다. 화웨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2%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었다. 그러다 3분기에는 다시 삼성에 추월당해 2위로 내려섰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칩’마저 미국의 제재로 외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은 사면초가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초에는 중국 상하이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전용 반도체 공장인 ‘상하이 집적회로연구·개발 센터’ 설립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화웨이는 미국 정부에 의한 수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9월 15일부터 기술 관련 제품 조달이 제한됐다”며 “이 때문에 반도체의 외부 조달도 어려워져 당장은 재고를 통해 생산을 지속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