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모펀드도 팔았다…끝 보이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입력 2020-11-18 11:06 수정 2020-11-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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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공식화하면서,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끝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기관계 자금이 한진칼 주식을 내다 팔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쪽으로 경영권이 기울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들은 11일부터 한진칼 주식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10월 7일부터 줄곧 순매수로 일관하던 기관이 한 달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3일부터 기관들은 312억 원어치(18일 오전 9시 기준)를 순매도했다. 평소 일평균 순매수·매도 금액이 십억 원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매도세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건 사모펀드 124억 원어치였고, 금융투자가 109억 원어치, 투자신탁이 5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끄는 3자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 등 양 진영 간 경영권 갈등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지만,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은 41.14%로 3자연합의 46.71%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41.14%로 조원태 6.52%·조현민 6.47% ·이명희 5.31%·특수관계인 4.15%·델타항공 14.90%·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이다. 반면 3자연합은 46.71%로 KCGI 20.34%·반도건설 20.06%·조현아 6.31% 등으로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 때문에 3자연합이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내년 3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시장에선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지분확보 싸움에서 주식 가치는 계속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은 한진칼 주가 상승의 주원인이었지만, 반대로 주가 급락의 뇌관으로 인식됐다.

지난달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 기저에는 그동안 지분경쟁으로 인한 수급이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지분 비율이 어느 쪽으로든 한쪽으로 기울면 주식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게되면서, 조원태 회장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한항공은 정부지원과 유상증자, 사업부 매각으로 올 한해는 버텼지만, 내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지부진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코로나19로 해법을 못 찾고 있었다.

정부가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하면서, 현 경영진인 조원태 사장에겐 유리하게 됐다.

한국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한다. 5000억 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 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확보한 8000억 원을 차입하고, 새로 한진칼을 통해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칼의 증자가 마무리되면 산은은 10.7%의 지분을 얻게 되고,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각각 40.5%, 35.3%로 줄어들게 된다. 산은이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게 되면 경영권 분쟁은 끝나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기 때문에 한진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 부사장 측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진칼 유상증자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반대 명분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초기 인수합병에 따른 대규모 해고 우려감을 표명하던 대한항공노조마저 정부가 고용 유지를 약속하면서 3자연합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대한항공노조는 "항공업 노동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이라며 "(3자연합의) 간섭은 분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자 연합에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시장은 산은에 협조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 쪽으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지분 약 10.7%를 확보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다"며 "경영권 분쟁 종료에 따른 지분경쟁 프리미엄이 제거될 경우 주가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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