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점 기준 한국 ‘31.7점’…AI 미래 살펴보는 과학기술미래포럼 개최

입력 2020-1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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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0개. 전 세계 대비 AI 스타트업의 비중 1.2%. AI 시장에 뛰어든 후 받아든 대한민국의 성적표다. 4차 산업혁명의 차세대 먹거리 기술로 AI 기술이 꼽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20일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오른쪽) PM의 ‘미래의 인공지능 강국을 위한 우리의 준비’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일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오른쪽) PM의 ‘미래의 인공지능 강국을 위한 우리의 준비’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민국의 AI 기술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가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마련됐다. 지난달에 이어 2회를 맞는 ‘과학기술미래포럼’의 일환이다. 과학기술미래포럼은 감염병ㆍ환경문제ㆍ고령화 등 사회문제들이 대두됨에 따라 과학기술계가 선제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다.

대한민국 AI 산업이 낙제점을 받은 부분은 어디일까. 영국 Tortoise에서는 전 세계 인공지능 투자ㆍ혁신ㆍ실행수준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AI 지수(Global AI Index)’를 발표한다. 해당 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AI 지수는 8위였다.

네트워크 인프라와 연구개발(R&D)이 견인한 수치다. 정부 AI 전략 부문에서는 31위, AI를 구현하는 운영 환경 부문에서는 30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던 AI 인재 부족 문제도 관련 지수에서 28위를 기록하며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AI 구현ㆍ혁신ㆍ투자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는 미국을 100점으로 간주했을 때 한국의 점수는 31.7점에 불과했다. 2위인 중국의 58.3점과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강상기 한양대 AI솔루션센터 센터장은 “구글은 개인이 딥러닝 알고리즘을 돌리는 데 2000개에 달하는 GPU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나 연구실에서 1~2개를 쓰는 실정”이라며 “기술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GPU는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Graphics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컴퓨터 그래픽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장치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GPU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며 “광주 AI 클러스터를 구축 중인데 해당 데이터센터에서 GPU든 다른 AI 가속기든 많이 넣어서 민간이나 대학에서도 해당 서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AI 설계 후 사업화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임혜숙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은 “최근 피인용 세계 상위 1% 연구자(HCR)를 발표했는데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다만 실제로 학교에 계신 분들의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성공은 굉장히 낮다. (과기정통부) 출연연 등이 협력해서 좋은 기술과 연구결과의 기술이전과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실제 작년 12월 토터스(Tortoise)의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 사업화 점수는 3.3점에 불과했다. 상위 10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점수다.

▲2019년 12월 기준 Tortoise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투자 사업화 점수는 3.3점에 불과하다. (출처=S&T GPS 2019년 '영국, 글로벌 AI 지수' 분석 자료 캡처)
▲2019년 12월 기준 Tortoise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투자 사업화 점수는 3.3점에 불과하다. (출처=S&T GPS 2019년 '영국, 글로벌 AI 지수' 분석 자료 캡처)

최 장관은 “사실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우수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곳도 드물고 R&D 덕에 하이테크에서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지만, 연구소나 대학에서 나온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며 “사업 중개나 연구 등 다리를 놔줄 수 있는 구상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학계에서도 논문만 쓰고 끝내지 마시고 기업에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를 해주기 바란다”라고 답했다.

AI 인력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홍콩과학기술대학의 경우 미국으로 넘어간 대학원생을 홍콩으로 리턴 시키기 위해 약 380만 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AI 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조성배 연세대 교수는 “돈만 가지고 다 될지는 모르겠다. 최근 AI 관련 프로젝트도 많아 연구실 학생들도 충분히 지원을 받고는 있다”며 “AI 분야의 스타플레이어를 키워 연구자든 기업이든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자는 제언도 이어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행한 ‘AI 실행전략’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는 0.94점으로 0.63을 기록한 미국을 웃돌았다. 2018년 기준 UN의 전자정부 발전지수도 0.90으로 미국의 0.88보다 높았다. 김두현 한국정보과학회 회장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능형 데이터 분석 활용이나 대용량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브레인 클라우드화가 필요하다”라며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데이터 3법도 통과한 만큼 통계로 구축됐던 의료ㆍ금융 데이터를 로우 데이터(미가공 데이터)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험한 데이터가 많은 만큼 가명화ㆍ익명화가 필요하겠지만 향후 훨씬 더 좋은 데이터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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