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완성차 “신뢰 개선” vs 중고차 “억울”…소비자 득실은?

입력 2020-11-22 11:00 수정 2020-11-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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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회사가 판매해야 시장 투명해져"…"품질 변화 없이 중고차 가격만 올라갈 것"

중고차 시장은 연간 240만여 대가 거래되고, 매출액이 약 12조 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신차 시장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소비자의 신뢰도는 낮기만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80%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ㆍ혼탁ㆍ낙후’돼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중고차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억울해한다. 중고차 시장의 흠결이 과장됐고,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사업을 한다 해도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논점별로 소비자의 득실을 따져봤다.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신뢰 향상ㆍ구매 환경 개선 ‘기대’=완성차 업계는 자신들이 중고차를 판매해야 시장이 투명해진다는 논리를 편다. 대기업은 소비자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금력도 있어 혼탁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구매 경험자 70~80%가 거래 관행이나 품질, 가격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며 품질평가와 가격산정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고차 업계는 지금도 투명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맞선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신뢰할 수 없는 거래가 빈번했지만, 업계가 빠른 속도로 자정을 이뤄왔다는 것이다. 이미 조합 홈페이지와 국토교통부 ‘자동차 365’ 사이트에는 자세한 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중고차 시세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많다. 2017년 7월부터는 현금영수증 발급까지 의무화됐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개선된 사안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업계도 이 점은 인정한다.

이하영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강서조합 이사장은 “아무리 개선책을 내놓아도 홍보가 안 되면 소용이 없다”라며 “정부가 홍보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고차 업계도 가격 정찰제를 전면 도입하고 허위매물을 철저히 근절하는 등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방안을 더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신뢰 향상과는 별개로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더 편리한 구매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다. 완성차 회사가 보유한 자금과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판매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미 중고차 기업 케이카(Kcar)는 온라인 비대면 판매 서비스 ‘내 차 사기 홈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장 방문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차를 구매하고, 당일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체 구매자 중 이 서비스를 이용한 비중이 34%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차를 직접 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 전시장. 수입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 전시장. 수입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가격 인상ㆍ소상공인 피해 ‘우려’=우려되는 점도 있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제조사가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매매업자는 개인 정비업자의 손을 거쳐 중고차를 상품화하지만, 완성차 제조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식 정비 과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품화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논리다. 결국, 정비한 결과물은 비슷한데 가격만 비싸져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완성차 업계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인정한다. 단, 그 역시도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대기업이 인증한 중고차를 구매할 사람이 분명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사람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검증받은 중고차를 살 것이다. 시장경제에 맡겨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회사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 있는 차량이 중고차 매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도 고장과 하자 탓에 반품 처리된 차량을 ‘프리미엄’ 매물로 둔갑하는 등 일부 병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연간 중고차 업계 매출액이 10조 원을 넘어서자 이들을 소상공인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중고차 업계는 매출액이 허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매출액은 거래된 전체 자동차의 금액을 단순 합산한 것인데, 실제 원가를 계산하면 손에 남는 돈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하영 이사장은 “중고차 매물을 사 온 뒤 수리, 교체 등 상품화 과정을 거치고 세금과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없다”라며 “2000만 원짜리 차를 팔면 100만 원 남짓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체 매출만 따지면 수익성이 좋아 보이지만, 실제 수익은 매매가의 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판매사원도 있어 대리기사, 일용직 노동 등 ‘투잡’을 뛰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80%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ㆍ혼탁ㆍ낙후’돼 있다고 답했다.  (사진제공=전경련)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80%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ㆍ혼탁ㆍ낙후’돼 있다고 답했다. (사진제공=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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