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물경기 위기가 가시화된 데다 재고 증가로 가격마저 내려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던 철강업계는 10월부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으며 재고자산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의 매출 감소는 연관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건설업계의 부진과 직접 연관이 있다.
후판 공급이 이뤄지는 조선업, 철근과 H형강이 공급되는 건설, 강판을 공급하는 자동차 업계가 모두 불황에 접어들면서 수요공급 사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요감소에 따라 ‘가격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마련했지만 얼어붙은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불황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철강업계의 재고비율(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재고자산비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의 3분기 누적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주요 철강업체들의 재고비율은 수요감소에 따라 20%대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1조4610억원의 매출 가운데 재고자산은 5347억원으로 재고비율이 무려 36.6%에 이르렀으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빅 3'도 재고비율이 각각 23.8%, 24.5%, 3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감산과 함께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택하며 시장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좀처럼 시장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건설용 철강제품 생산을 줄인 데 이어 가격도 인하했다. 하지만 자동차·조선 등 수요처들은 가격인하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단 철강제품 구매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B2B라는 사업 특성상 관련산업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철강업계도 어려워진다"며 "우선 재고비율을 낮춰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시황을 살펴본 뒤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